미국 법무부가 올해 초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 것을 확인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지난 5월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본디 장관은 해당 문서에 트럼프 대통령 외에 다른 많은 유명 인사도 언급됐으며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오른 게 불법을 뜻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본디 장관은 해당 문서에 아동 포르노와 피해자의 개인 정보가 나와 있기 때문에 문서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입장과 상반된 내용이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본디 장관이 파일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다고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우리에게 아주 간단한 브리핑만 해줬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WSJ의 보도를 두고 "이건 민주당과 진보 언론이 만들어 낸 가짜뉴스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억만장자 금융인 엡스타인은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유명 인사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상습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됐다가 2019년 정식 재판 전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따라 엡스타인 사건 자료가 공개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 교류가 언급된 인사들 명단은 2014년 뉴욕 법원이 공개한 943쪽 분량의 재판 관련 문서에서 드러났다. 해당 명단에는 트럼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앤드루 영국 왕자, 빌 게이츠 등 유명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들이 실제 범죄에 연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엡스타인 고객 명단'의 존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2월 본디 장관은 "엡스타인 고객 명단이 지금 검토를 위해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밝혀 의혹을 키웠다. 하지만 법무부가 지난 7일 홈페이지에 올린 메모에서 "철저한 검토 결과 엡스타인의 의뢰인 명단, 기소되지 않은 제3자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증거, 그리고 공개할 만한 추가 문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고객 명단의 존재를 부인하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은 대선 캠프 때부터 수개월 동안 엡스타인 사건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때때로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공개를 지지할 의사를 시사했다고 WSJ은 전했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행정부가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돼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엡스타인 파일 비공개 결정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반발을 샀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 15일 공개된 팟캐스트 '베니 쇼' 인터뷰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지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나는 투명성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의원들이 엡스타인 파일 공개에 관한 추가 표결 요구를 거듭하자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하원의 여름 휴회를 앞당겼다. 이를 두고 미 언론은 그가 자신의 의장직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해 준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