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홀딩스(이하 테더)가 기업가치 최고 5000억달러(약 700조원) 조건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시 테더의 기업가치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비슷한 수준으로 뛰어올라 세계 최대 비상장기업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AI(인공지능) 붐으로 새로 주목받는 기업들이 생기는 가운데 테더를 제외하고 장외에서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약 140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이른바 헥토콘은 6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 "테더가 전체 지분의 약 3% 를 대상으로 한 150억~200억달러(약 21조~28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신규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방식이다. 성사시 테더의 가치는 최대 5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협상은 초기단계로 세부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소식통은 "이번 거래가 연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테더는 자금 대부분을 미국 국채 등 현금성자산에 투자해 이자를 받으며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테더의 순이익은 49억달러(약 6조8000억원)고 미국 국채 보유규모는 1270억달러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8위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에 고정된 테더의 스테이블코인 USDT의 시가총액은 1728억달러 수준이다. 이는 경쟁업체이자 뉴욕증시 상장사인 서클인터넷그룹의 스테이블코인 USDC(740억달러)의 2배를 넘는다.
테더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까지는 미국 시장에서 큰 활동을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 규제에 맞춘 스테이블코인 'USAT' 출시계획을 발표하고 전 미식축구 선수이자 백악관 디지털자산자문위원회 책임자인 하인스를 USAT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현 정부 가상자산 정책을 적극 활용하며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보도대로 테더가 기업가치 5000억달러를 인정받는다면 오픈AI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오픈AI는 현재 기업가치 5000억달러에 전현직 직원들의 일부 구주를 매각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00억달러는 장외 최고 가치이기도 하다.
상장되지 않은 기업들은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지만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CB인사이트와 각 사의 자료를 종합해 보도한 데 따르면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 이상인 헥토콘은 세계에 6곳이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4000억달러로 몸값이 가장 높다. 그다음은 최초의 헥토콘인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로 3000억달러로 평가된다.
다른 헥토콘 4곳은 전부 생성형 AI 관련 기업이다. 오픈AI는 3000억달러로 바이트댄스와 나란히 공동 2위에 올랐다. 급성장 중인 오픈AI는 기업가치가 2년 만에 10배나 뛰었는데 보도대로 구주 거래가 성사되면 스페이스X도 제칠 수 있다. 이어 오픈AI와 경쟁하는 앤스로픽(1830억달러), 머스크가 이끄는 xAI(1130억달러),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이터브릭스(1000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AI 붐을 타고 헥토콘이 잇따라 등장하며 비상장 시장에서도 충분한 자본조달이 가능해지자 유력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는 환경이 가능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유력기업들이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비상장 상태에 머문다면 가치상승에 따른 혜택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일부 투자자에게 편중될 위험이 있다.
또한 헥토콘의 증가에 대해 일각에선 버블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상장기업들의 몸값은 극소수 큰손 투자자가 결정해 주식시장처럼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AI 헥토콘 4곳은 반도체와 서버조달비용이 급증하면서 적자 상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는 8월 AI 시장을 1990년대 닷컴버블에 비유하면서 "누군가는 엄청난 돈을 벌고 또 누군가는 크게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