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권 파워가 5년 연속 세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여권 파워는 사상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정책 속 브라질 등 일부 국가들이 미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폐지한 것이 미국 여권 파워 순위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14일(현지시간) CNN·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올해 무비자로 방문이 가능한 국가 수로 여권 파워를 측정하는 헨리앤드파트너스의 '헨리 여권 지수'에서 한국 여권은 190개국 무비자 방문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4년 해당 지수에서 3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위권에 진입했고, 2021년부터 계속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1위는 193개국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싱가포르이고, 3위는 일본(189개국 무비자 입국)이다. 4위에는 독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페인, 스위스(188개국)가 차지했고, 5위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란드(187개국)였다.
미국은 여권 파워를 측정해 온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10위권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의 여권 파워는 무비자 입국 가능국 수가 180개국인 말레이시아와 같은 12위다. 크리스티안 캘린 헨리앤드파트너스 회장은 "미국의 여권 파워 하락은 글로벌 이동성과 소프트파워 역학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단순한 순위 변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방성과 협력을 수용하는 국가들은 (여권 파워 지수에서) 앞서 나가고 있고, 과거의 특권에 안주하는 국가들은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여권 파워는 최근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WP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였던 미국의 여권 파워는 지난해 7위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렸다"며 "미국 여권의 순위 하락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강력한 이민 규제 정책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고 짚었다. 미국 여권 파워 순위는 2014년 1위를 기록한 뒤 2015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초반에는 불법 이민 단속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관광·취업·유학 비자를 포함해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전반에 대한 심사 강화로 확대됐다"며 다른 국가들도 이에 대응해 미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폐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지난 4월 미국이 자국민에게 상호주의적 무비자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정책을 폐기했다. 중국과 베트남은 최근 '무비자 관광 허용 대상국'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도 미국은 해당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상호주의는 여권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 미국은 46개국 국민에게만 일정 수준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반면 미국 여권 소지자는 180개국을 비자 없이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애니 포르츠하이머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미국의 정책은 이미 내향적으로 변해 있었다"며 "이런 고립주의적 사고방식이 미국 여권의 영향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