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슈퍼히어로" 결혼 앞두고 홍콩 화재 달려간 소방관, 주검으로 돌아왔다

류원혜 기자
2025.11.28 08:01
지난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1층짜리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 호와이호우와 그의 예비신부./사진=호와이호우 인스타그램

"당신은 내 자랑이었어"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소방관이 10년 교제한 연인과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안겼다.

28일 홍콩01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소방관 호와이호우(37)는 지난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1층짜리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화재 현장에서 순직했다.

호는 화재 발생 직후인 26일 오후 3시1분쯤 현장에 도착해 구조 활동에 나섰으나 3시30분쯤 동료들과 연락이 끊겼다. 이후 30분 만에 그는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건물 밖에 쓰러진 채로 발견됐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호의 순직 소식이 전해지자 동료들과 시민들 추모가 이어졌다. 홍콩 소방처는 공식 홈페이지 화면을 흑백으로 바꿔 애도를 표했다.

동료들은 SNS(소셜미디어)에 함께 찍은 소방학교 졸업 사진을 게시하며 "널 잊지 않을게. 편히 쉬어"라고 적었다. 누리꾼들도 호의 계정에 "임무는 끝났습니다. 편히 쉬세요", "당신은 홍콩의 영웅입니다" 등 추모 댓글을 남겼다.

지난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1층짜리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 호와이호우가 생전 공개한 사진./사진=호와이호우 인스타그램

공항 특수경찰에서 일하다 9년 전 소방관으로 전직한 호는 약 10년간 교제한 여자친구와 오는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호는 평소 SNS에 방화복을 입고 여자친구를 안아 올리며 환하게 웃는 사진과 함께 여행하는 사진 등을 공유해 왔다. 그는 "백 번이고 말하고 싶다. 사랑해.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웃자"며 애정을 표현했다.

한순간에 동반자를 잃은 예비 신부는 "내 슈퍼히어로가 임무를 마치고 크립톤으로 돌아갔다"며 누리꾼들 위로에 감사를 전했다. 크립톤은 슈퍼맨의 고향인 가상 행성이다.

그는 "당신은 내 자랑이야. 하지만 난 받아들일 수가 없어. 정말, 정말 당신의 손을 다시 잡을 수 있으면 좋겠어"라며 비통해했다.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1층짜리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사진=AFP=뉴스1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는 8개 동에 2000세대 규모로, 약 48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발화 지점과 원인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보수 공사 중이었던 아파트 건물을 둘러싼 대나무 비계(임시 가설물)와 가연성인 공사용 안전망에 불길이 옮겨붙으며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28일 오전 7시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83명(소방관 1명), 부상자는 76명(소방관 11명)이다. 실종자와 중상자가 많아 인명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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