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 사업 참여 요구하자…엑손모빌 "투자 부적합 국가"

정혜인 기자
2026.01.10 14:43

트럼프, 석유·가스 업계 경영진 20여명과 베네수 사업 논의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석유·가스 기업 경영진과 회의 중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 강압적인 방식으로라도 그린란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석유·가스 업계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 에너지 재건 사업 투자를 촉구했다. 그러나 업계 경영진들은 베네수엘라를 '투자 부적합 국가'라고 평가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셰브런,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주요 석유·가스업계 경영진 약 20명과 만나 베네수엘라 원유 사업 재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회의 모두 발언은 공개됐지만, 이후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와 함께 일할 것이고, 어떤 석유 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들어갈지는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가 그 국가와 직접 협상하고 있으니, 그 계획을 맺을 권한이 우리(트럼프 행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거의 전례 없는 수준의 원유를 채굴할 것이고, 베네수엘라는 크게 성공할 것이다. 미국 국민 역시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여러분(미국 에너지 업체)은 베네수엘라가 아닌 우리와 직접 거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사업으로 산유량 확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전 세계 원유의 55%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계획은 석유 기업들이 최소 1000억달러(약 145조9900억원)를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주요 석유 기업 경영진과 회담을 앞둔 8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활동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 개입에 반대하는 대형 프로젝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3000만~5000만 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넘기기로 했다며 "이 원유는 시장 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며 그 수익금은 미국 대통령인 제가 관리해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사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WSJ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 참석한 경영진들은 베네수엘라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베네수엘라의 법·제도 및 상업 환경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대편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경영진들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했지만, 즉각적인 투자를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CEO(최고경영자)는 베네수엘라를 '투자 부적합 국가'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우즈 CEO는 베네수엘라의 상업 체계, 법률 시스템, 탄화수소 관련 법률 체계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런 변화가 없으면 현재로서 베네수엘라는 투자가 불가능한 국가다. 우리는 그곳에서 2번이나 자산을 몰수당했다"고 지적했다. 코노코필립스의 라이언 랜스 CEO는 베네수엘라에 몰수된 자산 규모가 120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서 활동 중인 미국 석유 기업은 셰브런이 유일하다.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에너지 국유화 선포에 사업 철회를 결정했고, 현지 자산을 모두 몰수당했다. 반면 셰브런은 현지 정부와의 재논의를 거쳐 합작 법인을 설립해 현재까지도 베네수엘라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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