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문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과 극한 대립상황까지 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이번엔 캐나다를 향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USMCA(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를 맺는 등 북미 동맹관계인데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중견국들에 연대를 촉구한 캐나다를 상대로 트럼프정부가 압박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캐나다가 중국과 협정을 체결한다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캐나다 상품에 즉각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협정을 의미하는지, 언제부터 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카니 주지사'라고 지칭하며 "캐나다를 중국이 미국으로 상품을 보내는 '하역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캐나다의 기업과 사회적 기반, 전반적인 생활방식 등을 포함해 캐나다를 완전히 집어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위협은 최근 카니 총리가 트럼프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중국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카니 총리는 지난 16일 8년여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새로운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 카니 총리는 현재 중국이 미국보다 믿을 만한 무역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두 정상은 중국산 전기차와 캐나다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인하에도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공격이 본격화한 건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이후다. 카니 총리는 지난주 다보스에서 규칙에 기반한 세계질서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강대국의 강압에 맞서 중견국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연설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연설은 트럼프정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며 캐나다를 폄하하고 가자지구 문제와 관련, 자신이 주도한 새 국제기구 '평화위원회'에서 캐나다를 제외한다고 발표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캐나다는 미국의 이웃이자 핵심 우방국 중 하나였으나 트럼프 2기 출범 전부터 마찰을 빚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칭하는 한편 취임 이후에는 카니 총리와 관세를 두고 대립했다.
북미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올해 예정된 USMCA 재검토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USMCA에 대해 "실질적 이점이 없다"며 재협상 압박의 강도를 높이던 터다. 캐나다는 트럼프정부의 자동차, 철강, 목재 등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적용을 받지만 USMCA에 따라 수출되는 상품 다수는 여전히 관세를 면제받는다. USMCA 재협상 때 관세 면제조항이 다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오타와 칼턴대학교의 펜 햄프슨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카니 총리가 중국과 무역긴장 완화를 단행하고 트럼프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연설은 미국과 수십 년간 이어온 경제 및 안보협정이 사실상 끝났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카니 총리는 USMCA를 수용 가능한 조건으로 살릴 수 없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