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이민자 추방·핵협상… 108분간 '더 부강한 미국' 외쳤다

김종훈, 정혜인 기자
2026.02.26 04:18

"관세, 소득세 완전대체"… 계속적 무역압박 시사
북핵·中관련 언급안해…한국전 참전용사에 훈장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왼쪽)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첫 국정연설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에게 박수치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관세와 불법 이민자 추방, 이란 핵프로그램 폐기 등 자신의 대표정책을 더욱 밀어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연설을 계기로 정책전환을 하기보다 강경책을 들고 나온 것. 적어도 11월 중간선거까지는 '트럼프발' 관세변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은 지금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관세와 무역협정 등으로 미국에 외국의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고도 했다. 연설 전 현지 언론들은 관세부담이 가계로 전가되고 있다면서 11월 중간선거 전에 입지를 다지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인한 고물가 문제를 인정하고 정책전환을 시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더 큰 관세정책을 세워 관세가 소득세를 완전히 대체하게 할 것"이라며 "공장이 미국으로 들어와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조 달러가 계속해서 미국에 투자될 것"이라고 했다. 관세를 지렛대로 한 무역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게 딸을 잃은 모친, 불법 이민자의 차에 치여 목숨이 위태로웠던 어린이의 가족 등을 초청해 소개하면서 "미국은 이런 불법 이민자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법 이민자들이 선거를 왜곡한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의회에는 "투표장에서 유권자에게 신분증명을 요구하는 법안을 최우선 순위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최초의 무슬림 뉴욕시장인 조란 맘다니 시장을 겨냥, "맘다니 시장도 신분증명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협상도 강경하게 밀고 나가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타결을 원하지만 아직 (이란으로부터)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며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을 선호하지만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투자, 북한의 위협 등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집권 1기에 북한 핵무기 등을 여러 차례 말하며 한반도 상황을 국정연설에 올린 것과 대조된다. 다만 이날 멜라니아 여사가 명예훈장을 달아준 100세 참전용사 로이스 윌리엄스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해군 파일럿 출신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언급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와 애국주의를 강하게 내세웠다. 연설 초반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를 꺾고 금메달을 딴 남자 아이스하키팀이 의사당 내부로 깜짝 등장했다. '최고령 톱건' 윌리엄스씨에게 훈장을 수여할 때도 박수가 터졌다. 미국 대통령은 "국가의 상황을 의회에 알려야 한다"는 헌법에 따라 해마다 국정연설을 했다. 연초(연두)에 보내는 문서여서 '연두교서'로 번역됐으나 지금은 '국가의 상황' 즉 '스테이트 오브 디 유니언'을 연설명칭으로 쓴다. 대통령마다 자신의 정책어젠다를 국정연설에 담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도 2002년 국정연설에서 나왔다.

많은 의제를 다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다, 여러차례 박수가 나오면서 이날 연설시간은 역대 최장인 108분에 이르렀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을 "역사적 전환"(턴어라운드)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야당인 민주당을 비난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