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제는 '핵'…미-이란 협상 일단 결렬, '불안정한' 휴전 지속

결국 문제는 '핵'…미-이란 협상 일단 결렬, '불안정한' 휴전 지속

정혜인 기자
2026.04.12 15:37

[미국-이란 전쟁] 첫 종전 협상, 21시간 마라톤 회의 끝 '결렬' 종료…
美 "이란 핵 포기 거부 탓" vs 이란 "핵·호르무즈 등서 이견"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협상이 21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핵 문제 등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 없이 종료됐다. /AFPBBNews=뉴스1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협상이 21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핵 문제 등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 없이 종료됐다. /AFPBBNews=뉴스1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을 위한 첫 번째 회담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노딜'(No Deal)로 마무리됐다. 양측은 21시간 동안 이뤄진 마라톤협상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및 안전 보장 등의 핵심 쟁점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협상 결렬로 미국과 이란 간 불안정한 '2주 휴전'이 지속돼 중동발 지정학·경제적 위기는 더 고조될 전망이다.

21시간의 격론, '핵'에 가로막힌 종전

11일(현지시간) 오후부터 시작된 이번 협상은 반세기 만에 성사된 미국과 이란 간 대면 회담으로 국제사회의 기대를 모았다. 특히 미국과 이란이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6주간의 무력 충돌 이후 처음으로 '종전'을 주요 의제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회담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핵심 쟁점에 대한 간극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대표단을 회담을 벌인 뒤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옆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자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대표단을 회담을 벌인 뒤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옆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자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은 단연 '핵' 문제였다. JD 밴스 부통령은 협상 종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명시적인 핵 포기 약속이 없었다"며 결렬 책임을 이란에 돌렸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조차 추구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필요하며, 이것이 미국 대통령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협상 없이 귀국하겠다고 밝힌 뒤 기자회견 종료 약 30분 만에 현지를 떠났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단순한 적대 행위 중단을 넘어, 트럼프 2기 정부의 주요 과제인 '이란 핵 봉쇄'의 기회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이란핵합의(JCPOA)의 일방적 탈퇴를 선언했던 미국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오만, 카타르 등 중재국을 통해 이란과의 핵 협상 재개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이 협상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양측의 직접 협상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란 "전쟁서 못 얻은 것 요구…2~3개 항목 이견"

미국은 협상 결렬 원인을 '핵 문제' 하나만 언급했지만, 이란은 "2~3개 사항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미국의 '과도한 요구'(demanding too much)가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번의 회담으로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향후 대화의 여지는 남겨두는 태도를 보였다.

이란 관영 IRNA 등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3개 주요 사항에 대해 이견이 있었고, 이것이 합의 불발로 이어졌다"며 "미국 측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나 이란 내 핵 물질 반출 등을 포함해 전쟁을 통해 얻지 못했던 양보들을 협상 테이블에서 얻어내려 했고, 이것을 이란 대표단이 저지했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 TV는 "이란 협상단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시도했지만, 미국의 지나친 요구와 비합리적인 조건 때문에 회담이 진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와 가까운 보수 성향 분석가 알리 골하키는 SNS(소셜미디어)에 "미국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이란에 비축된 약 400kg 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미국 조건에 따라 단독 관리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다며 "미국은 협상하러 온 것이 아닌 듯하다"고 비판했다.

11일(현지시간) 이란 정부 지지자들이 멕시코시티 이란 대사관 앞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을 들고 연설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11일(현지시간) 이란 정부 지지자들이 멕시코시티 이란 대사관 앞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을 들고 연설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란, 협상서 우위 차지…서두르지 않을 듯"

향후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양측 모두 협상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진 않았지만, 핵심 쟁점에서 입장 변화가 없는 만큼 재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핵 포기'라는 핵심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밴스 부통령 역시 "최종이자 최선의 제안"을 제시했다며, 향후 협상 성패가 이란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이란은 주권과 안보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협상 타결 여부는 '핵 문제'에서 어느 수준까지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제재 해제, 전쟁 배상 등 부수 쟁점에서도 상호 양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착 상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단 양쪽 모두 협상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은 아니어서 조만간 새로운 접촉이나 협상재개가 거론될 수 있다. 미국·이란의 최고위층이 직접 만나 서로의 요구사항을 털어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휴전 및 협상기간으로 2주는 너무 짧아 연장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현재 협상 구도에서 이란이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전 미 국무부 중동 협상 담당자는 CNN 인터뷰에서 "이란이 미국보다 더 많은 협상 카드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은 여전히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지리적 이점을 무기화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관리하고 있다"며 "정권 역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양보를 서두를 기색이 없다"며 협상에서 더 장기적이고 여유 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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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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