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이외 '이웃' 걸프 6개국을 공격 타깃으로 삼으면서 이번 사태가 중동 전면전으로 확산할 거란 우려가 커졌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은 최근 걸프협력이사회(GCC) 소속 6개국(사우디아라비아·UAE 아랍에미리트연합·오만·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의 주요 핵심 인프라에 드론과 탄도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동시에 해당 국가들에 있는 미국의 군사자산과 외교 시설도 드론으로 공격했다. 미국 본토 공격 시 발생한 후폭풍을 고려해 '친미 성향'의 중동 국가에 있는 미국 자산을 공격해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GCC 국가들은 그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과 분쟁에 휩싸이지 않으려 노력해 왔기 때문에 이란과의 정면충돌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란의 공격이 이들 국가의 경제와 직결된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하는 만큼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이란과 정면충돌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실제 GCC 국가들은 지난 1일 외교장관 화상회의 후 "국가 안보와 영토 수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도 선택지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걸프국이 반격에 나서면 이번 사태가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수니파 군주국 간의 '종교 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걸프 6개국은 대부분 수니파가 지배하는 체제이고, 이란은 시아파 신정 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사우디와 이란 간 패권 경쟁은 오랜 기간 종파 갈등과 얽혀 왔다. 이번 충돌이 단순한 군사 보복을 넘어 수니-시아 대립 구도를 자극할 경우, 지역 내 균열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현재 걸프국은 외교적 해법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 이란과 정면충돌에 나서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자국의 에너지 수출과 경제 기반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 불안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그 파급력을 간과할 수 없다. 이란의 공격이 제한적 수준에 머물고, 외교적 중재가 작동한다면 확전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의 추가 공격이 발생하면 걸프국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거란 관측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가동이 중단된 카타르는 맞대응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BBC에 따르면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 마제드 알 안사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이미 모든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며 이란에 날을 세웠다. 그는 이란에 대한 보복 가능성에 대해 "모든 선택지는 지도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면서도 "우리는 이란의 공격에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미국, 이스라엘이 아니라 주변국을 반격대상에 넣은 건 걸프 6개국이 그간 고수해 온 대미 밀착 정책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사우디 등은 그간 미국과의 방위 조약을 강화하고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 등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이란의 위협을 억제하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과의 군사적 결속은 이란에 공격의 명분만 제공했을 뿐, 실제 위기 상황에서 이란의 미사일 비를 막아주는 완벽한 방패가 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걸프국의 '친미 외교 전략 한계'로 분석했다. 걸프국들은 안보를 위해 미국의 전략적 자산을 영토에 뒀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이란의 최우선 타격 목표가 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다. 일본 와세다대의 오만 출신 학자 압둘라 바부드는 NYT에 "걸프 국가들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분쟁 속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 전략적 압박에 끼어 있다"며 "외교·자제·방어 태세를 병행하며 이란 문제를 관리하려 하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고 전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야스민 파루크 역시 "걸프 주요 국가들이 미국을 설득해 전쟁을 막지 못한 것은 지역 안보 문제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곧 정책 결정에 대한 실질적 통제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