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오랜 기간 부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에서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부친 하메네이는 아들의 후계자 승계를 바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2024년 에브라힘 라이시 전 이란 대통령의 사고사와 하메네이의 예기치 못한 사망이 겹치면서 결국 이란에 대를 이은 최고지도자가 탄생했다.
1969년 이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10대였던 1980년대 이란, 이라크 전쟁 당시 최전선에서 복무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서 가장 유명한 하비브 이븐 마자헤르 대대에서 소속됐다. 모즈타바는 이곳에서 카셈 솔레이마니 전 IRGC 사령관, 호세인 타에브 전 IRGC 정보국장 등 나중에 이란 핵심 권력으로 성장하는 인물들과 친분을 쌓았다.
모즈타바는 인맥, 특히 군 정보당국 연줄을 기반으로 하메네이 정권 막후에서 실세로 활동했다.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20년 넘게 최고지도자 집무실 '베이트'를 실질적으로 운영해왔다. 이란에서 베이트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의회를 압도하는 권력을 행사한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1999년 이란 신흥 보수세력의 핵심이었던 골람 알리 하닷 아델의 딸인 자흐라와 결혼했다. 하닷 아델은 2004년 이란 국회의장에 선출됐고 사위인 모즈타바의 정치 입지는 상승세를 그렸다. 국회의장 선출 이듬해 대선 과정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정치 영향력을 가늠케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낙선한 후보가 '모즈타바가 선거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편지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전달한 것. 유로뉴스는 "모즈타바가 신흥 보수 세력의 권력 구조를 막후에서 설계하는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모즈타바는 권력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란 성직자 사회가 권력 승계를 금기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1979년 팔레비 왕조를 뒤엎고 신정체제를 구축한 헤메네이 정권이 아들을 권력 전면에 내세운다면 왕위를 세습했던 팔레비 왕조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 이란 사회는 최고 지도자에게 최고 수준의 종교 지식과 권위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데 모즈타바는 이 정도 수준의 권위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모즈타바가 이란 최고 성직자 '아야톨라'의 지위를 얻었는지에 대해서 매체마다 말이 엇갈린다. 이란인터내셔널은 모즈타바가 저명한 학자들 밑에서 공부하긴 했지만 아야톨라의 지위를 얻지는 못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유로뉴스는 모즈타바가 다녔던 쿰 신학교 뉴스통신사 보도를 인용, 2022년에 아야톨라 지위를 얻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자신의 아들이 최고지도자 자리를 승계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주변에 말했다. 이에 따르면 라이시 전 대통령이 유력 후계자로 거론됐으나 2024년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이런 가운데 하메네이기 지난달 28일시작된 미국·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하자 모즈타바가 후계자로 급부상했다.
NYT는 모즈타바가 이란 최고지도자 선출을 담당하는 '전문가 회의'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전쟁 상황에서 당장 하메네이 정권을 이끌 수 있는 지위와 능력을 가진 이는 모즈타바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란 사회가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인정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권력 승계 구도와 종교 지도력 문제도 문제지만, 막대한 규모의 국외 재산을 차명으로 축적했다는 의혹 때문에 청년층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모즈타바가 이란 유력 사업가 알리 안사리 이름을 빌려 석유 수출 수익을 빼돌린 다음 해외에 고급 빌라와 5성급 호텔, 기업 지분 등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오랜 기간 수면 아래서 활동한 만큼 모즈타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어떤 성향을 보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NYT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모즈타바가 개혁, 실용적인 성향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모즈타바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란 정치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NYT 인터뷰에서 모즈타바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처럼 미국과 긴장을 완화하고 어느 정도 자유를 용인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과 긴장 완화는 핵 프로그램과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하라는 트럼프 행정부 요구를 수용한다는 뜻이 된다. 이는 부친 하메네이 정권의 유산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이란인터내셔널은 설명했다. 모즈타바가 트럼프 행정부와 대결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란인터내셔널은 "(모즈타바가) 투쟁을 선택한다면 그는 그것을 의무와 복수로 포장할 수 있다"며 "만약 복수를 잠시 미루고 생존을 우선한다면 그는 그 선택을 굴욕이 아니라 (하메네이 정권의) 후계자와 유족들이 내린 선택으로 포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만약 모즈타바가 강경 노선을 고수한다면 정권을 잡을 기회는 몇 달이 아니라 며칠 안에 끝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어 매체는 "긴장 완화를 선택한다면 부친의 업적을 무로 돌리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더해 심각하게 붕괴된 국가를 물려받게 될 것"이라며 "(미국,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단된다 해도 국가의 역량과 권위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