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방중을 앞두고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미국이 새로 발효한 10% 글로벌 관세와 중국 등을 향한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맞물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산 대두 수입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이 양측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건이다.
미국 재무부는 12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장관이 오는 15~16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허리펑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상호 존중의 유대 덕분에 미중 간 무역 및 경제 대화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 아래 미국의 농민, 노동자, 기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과를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양국 대표단의 프랑스 회동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상무부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변인 명의로 중국과 미국은 양측 협의에 따라 허 부총리가 오는 14~17일 대표단을 이끌고 프랑스에서 미국과 경제·무역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무부 대변인은 "양측은 양국 정상의 부산 회담과 그동안의 전화 통화에서 도출한 공통 인식을 지침으로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 발표로 미뤄보면 베선트 장관과 허 부총리는 오는 15~16일 실제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관세 문제△희토류△대두 거래△투자 협력 등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해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촉발된 '관세 전쟁' 이후 양국 간 여섯 번째 협상이다. 앞선 다섯번의 협상을 통해 양국은 서로 부과했던 관세 상당 부분을 취소하고 주요 제재조치를 유예하는 등 '관세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등에 부과했던 20% 관세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행정명령을 통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다시 부과한 상태다. 미국은 새로운 관세 부과를 위해 중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관련 조사에도 착수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기존 펜타닐 관세 및 상호관세에 대해 취했던 대응 조치를 조정할지 여부를 적절한 시점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의 펜타닐 관세와 상호관세 등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산 대두 수입 등 제재 조치를 내놨고 같은 해 10월 말 경주 APEC을 계기로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이 같은 조치들을 잠정 유예했다. 경우에 따라 이 같은 조치들을 되살릴 수 있단 경고다. 이번 파리 협상을 앞두고 '관세 문제, 희토류, 대두 거래'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협상이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약 13~14%를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의 지속가능한 도입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중국이 수입 원유 물량의 40% 가량을 들여오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도 사실상 봉쇄됐다. 이번 중동 갈등은 중국 경제 전반에 곧바로 영향을 줄 변수인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에선 "트럼프가 베이징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