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이 강경태세를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흔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 유조선의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받아들이는 등 긴장완화에 나서자 국제유가가 약세로 돌아섰다. 전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수위에 따라 유가는 급등락을 이어간다.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시설을 또 공격하는 등 이 지역의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는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가격은 전거래일보다 5.21달러(5.28%) 내린 배럴당 93.50달러로 마감했다. 4거래일 만의 하락이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2.93달러(2.84%) 내린 100.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하락한 것은 사실상 폐쇄된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개방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국가의 선박은 이란과 협상을 통해 운항재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영 해운회사 소속 '카라치호'는 지난 주말 UAE 아부다비의 다스섬에서 원유를 적재한 후 해협을 통과했다. 중국과 인도도 이란과 협상에 나섰고 인도 외교장관은 이란과 대화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도 움직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이란에 연락해 선박통항을 주선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공습을 감행한 미국·이스라엘은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의 운항을 허용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 유조선의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발언을 이어가는 와중에 핵심인사는 시장안정 메시지를 내는 상황이다. 베선트는 인터뷰에서 "미 해군과 동맹국 해군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상선 호위작전에 나서기 전에도 유조선 운항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몇 달 후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더 많은 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유가가 하락한 요인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16일 "32개 회원국 정부의 비축량이 총 12억배럴이고 정부 의무하에 보유된 산업용 비축분이 6억배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14억배럴 이상의 비축유가 있다"며 "필요에 따라 추가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안도할 움직임이 이어지지만 이란 주변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로이터·AFP 등에 따르면 이날 아부다비의 샤 유전과 푸자이라 항구는 드론공격을 받아 운영이 일시중단됐다.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향한 이란의 공격 소식은 계속 들린다.
이날 로이터는 복수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 이란의 보복표적이 된 걸프국가들이 미국에 이란이 또다시 역내 경제를 위협할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전쟁을 중단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공격지속을 원한다는 것으로 이란에 대한 걸프국가들의 분노가 고조됐다는 신호다. 사우디 소재 걸프연구센터의 압둘아지즈 사게르 회장은 "이란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인식이 걸프 전역에 퍼져 있다"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트럼프행정부의 구상대로 빠르면 이번주에 '호르무즈 해상호위 연합'이 구성된다면 전황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17일 아시아 시장에서 WTI 가격은 96달러 안팎으로 다시 3%대 반등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