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중국의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이 한국 사회는 물론 한미 동맹까지 구조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향력 공작'이란 각종 정보 유통과 메시지 전달을 통해 타국의 여론과 정책이 자국에 우호적으로 변하도록 하는 고도의 정보전·심리전을 의미한다.
나단 보챔프 무스타파가 랜드연구소 선임정책연구원은 최근 '한국과 한미 동맹을 향한 중국 영향력 공작의 함의(Implications of Chinese Influence Operations for South Korea and the US-ROK Alliance)' 보고서에서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한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선거에 개입하며,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한 공작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AI 기술과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발전으로 공작 활동이 강화되면서 한국은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보고서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을 단순한 선전 활동을 넘어 PLA가 수행하는 군사 전략의 일부로 규정한다. PLA는 정보전과 '인지영역작전(CDO)'을 통해 상대국의 의사결정과 사회적 결속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는 전쟁 이전 단계에서 내부 기반을 흔드는 전략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외교·경제·사이버·여론전 등 비군사적 수단이 결합된 형태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영향력 공작은 2016년 사드(THAAD) 배치를 계기로 본격화됐다는 판단이다. 당시 중국은 한국 정부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며 경제적 압박, 외교적 대응, 사이버 활동, 여론 조작을 병행했다. 이후에는 한국 언론을 사칭한 웹사이트 운영, 친중·반미 콘텐츠 유포 등으로 확대됐으며, 영향력 공작이 경제적 압박과 결합된 일종의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동기를 한국 내 반중 정서의 확산에서 찾았다. 사드 배치 사태를 전후로 한국 사회에서 반중 여론이 고조되면서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공공외교 및 영향력 공작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차원의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여론 공작을 통해 전략적 환경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 무스타파가 연구원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영향력 공작의 위협이 여론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선거 개입 가능성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PLA가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온라인 채널을 통한 소통 확대, 한국 언론과의 협력 강화, 친중 담론 확산 등을 주요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중국 홍보업체들이 38개의 가짜 한국어 웹사이트를 만들어 친중 및 반미 뉴스를 유포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보고서는 PLA가 한국어 능력과 번역 기술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이는 단순한 학술적 연구가 아니라 영향력 공작을 위한 기반 구축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PLA의 한국어 관련 연구가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 여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선거 개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AI와 LLM 기술의 발전은 중국의 영향력 공작의 질적 변화를 초래하면서 한국 사회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무스타파가 연구원은 경고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조작이나 정치적 메시지 유포 활동이 AI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생성 기술과 결합될 경우 강력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과거에는 문화적 이해 부족과 언어 장벽이 제약 요인이었지만 LLM의 발전으로 대규모·고도화된 현지화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봤다.
보고서는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은 한미 동맹에도 적지 않은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PLA의 군사 교재는 군사 동맹의 정치적·사회적 기반을 붕괴시키는 것이 주요 전략으로 명시돼 있는데 이는 한미 동맹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주한미군을 견제하기 위한 공작들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스타파가 연구원은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대응 방향으로 한미 간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관련 활동을 체계적으로 기록·공개하는 조치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헀다. 대(對) 중국 공작 대응 경험이 축적된 대만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필리핀 등 동북아시아 역내 국가들과의 다자간 협력 및 지역 차원의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아울러 "현재 중국의 영향력 공작은 AI 기술 발전과 결합하며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한미 양국은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를 식별하는 기술 역량에 대한 공동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