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오 "美 취약함 드러낸 이란전쟁, 이미 세계대전 직전 단계"[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4.08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AFPBBNews=뉴스1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고 종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글로벌 증시는 이를 환영하며 급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휴전 소식이 전해지기 전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시장은 이란 전쟁이 끝나면 이전의 '정상'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가정하고 반응하고 있지만 자신이 보기엔 이미 세계는 장기간 지속될 세계대전 직전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현재 여러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전쟁 외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전쟁 중이며 유럽과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압박을 가하면서 레바논과 시리아 등과 충돌하고 있다. 예멘과 수단은 심각한 내전 중인데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등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대만, 미국과 쿠바 사이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무역, 경제, 자본, 기술, 지정학적 영향력을 둘러싼 비군사적 전쟁도 병행되고 있다.

이 모든 충돌은 과거 제1,2차 세계대전들과 유사한 전형적인 세계대전 구도를 형성한다. 과거 세계대전들도 명확한 시작이나 공식적인 전쟁 선언 없이 점진적으로 확산된 여러 전쟁들이 결합되며 커졌는데 현재 상황 역시 그러한 역사적 패턴과 유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 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지배적 강대국인 미국이 중견국인 이란과의 전쟁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얼마나 많은 자금과 군사장비를 쓰며 스스로 약화되는지, 동맹국들을 얼마나 잘 방어해주는지 또는 방어하지 못하는지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이뤄지는 미국에 대한 재평가는 향후 세계 질서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현재 70~80개국에 걸쳐 750~800개의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돈이 많이 드는 취약함을 낳는다. 미국처럼 과도하게 팽창된 강대국이 두 개 이상의 전선에서 효과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응 의지와 능력을 시험하는 갈등이 일어난다고 해도 미국은 이미 중동에서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는 가운데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좋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역학 구도의 변화는 다른 국가들의 계산과 행동을 바꾸게 만들어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국가들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국방을 계속 미국에 의지해도 되는지 등을 포함해 미국과의 관계를 새로운 셈법으로 계산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이러한 계산과 이로 인한 행동 변화는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세계대전과 세계 질서 재편은 13단계로 이뤄진 빅 사이클을 거치는데 이미 현재 상황은 9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1) 지배적인 강대국(들)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부상하는 강대국(들)에 비해 약화되면서 양측은 점점 비슷한 수준의 힘의 갖게 되고 이 결과 서로 상대를 견제하며 경제적, 군사적으로 충동하게 된다.

2) 경제 전쟁이 제재와 무역 차단의 형태로 크게 확대된다.

3) 경제적, 군사적, 이념적 동맹이 형성된다.

4) 대리전이 증가한다.

5) 재정적으로 과도하게 지출이 늘어난 기존 강대국들에서 재정적 압박, 재정적자, 부채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6) 핵심 산업과 공급망에 대한 정부 통제가 점점 강화된다.

7)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무역의 초크포인트(chokepoint)가 무기화된다. 초크포인트는 통행로가 좁아져 막히기 쉽지만 반드시 지나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를 뜻한다.

8) 강력한 새로운 전쟁 기술들이 개발된다.

9) 여러 전장에서 충돌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10) 각국 내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충성 요구가 강화되고 전쟁이나 정책에 대한 반대는 억압된다.

11) 강대국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발생한다.

12)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세금 인상, 국채 발행, 통화 발행, 외환 통제, 자본 통제, 금융 억압이 크게 증가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이 폐쇄되기도 한다.

13) 결국 한쪽이 다른 쪽을 이기고 승자는 직접 설계한 새로운 질서를 명백하게 장악하게 된다.

여러 지표들이 이미 세계가 통화 질서와 일부 국내 정치 질서, 지정학적 세계 질서가 붕괴되는 빅 사이클에 들어섰으며 현재 상황이 '전면 충돌 이전 단계'에서 '실제 충돌 단계'로 이동하는 과도기, 즉 세계대전이 촉발되기 직전인 1913~1914년과 1938~1939년과 유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이 지표들은 전반적인 방향성을 보여줄 뿐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다.

빅 사이클에서 전형적인 특징은 갈등이 완화되기보다는 심화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개는 미국과 이란간의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이미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자국을 방어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약화되고 있으며 핵무기가 강력한 방어 수단이자 공격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 세계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주도하는 다자주의적 규칙 기반의 질서에서 단일한 지배적 강대국 없이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질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더 많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이란 이기기 어려워

역사적으로 볼 때 어느 나라가 승리할지를 가르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표는 '힘'이 아니라 '고통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가'이다. 이는 미국과 이란간의 전쟁에서도 분명히 중요한 요소다.

한 국가가 장기간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지율 조사, 여론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지도자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힘 등이 유용하다.

미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지만 동시에 힘이 가장 과도하게 팽창된 주요 강대국이며 장기간 고통을 견디는 능력은 가장 약하다.

달리오는 지금의 상황이 반드시 전면적인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통해 지금 상황을 좀더 크고 장기적인 구도 속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들을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전개되는 사건들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들이 자신이 저술한 책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소개돼 있다며 특히 6장 '대외 질서와 무질서의 빅 사이클'을 추천했다.

한편, 8일 미국 증시에선 개장 전에 델타항공이 실적을 발표한다. 유가 상승이 항공사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주목된다. 오후 2시(한국시간 9일 오전 3시)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