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기업 아니었어?…로봇마라톤 '이변' 中 깜짝 놀란 이유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4.20 15:37

[차이나테크]

19일 중국 베이징시 이좡에서 개최된 '제2회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아너의 '샨뎬'이 출발해 빠르게 뛰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전기차 산업과 비슷한 길을 가는건가"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열린 제2회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의 결과가 나오자 샤오홍슈 등 중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누리꾼들이 남긴 반응이다. 스마트폰 기업이 만든 로봇이 정통 로봇 기업의 모델들을 누르고 상위권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기업이 제조·관리 최적화 기술을 앞세워 전기차 산업에 침투한 것처럼 로봇 산업도 파고들기 시작하는 것 아니냔 전망이다.

中 5위권 스마트폰 기업이 정통 로봇기업 압도

20일 차이롄서 등 중국 주요 경제매체는 전일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중국 스마트폰 기업 '아너(honor)'의 로봇이 1~6위를 석권했다고 보도했다. 스타 CEO(최고경영자) 왕싱싱이 이끄는 중국 대표 로봇기업 유니트리는 물론 지난해 대회 우승모델을 배출한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의 모델들을 압도한 결과다.

특히 1위를 차지한 아너의 첫 완성형 휴머노이드 로봇 '샨뎬(閃電)'은 인간의 개입 없이 AI(인공지능) 자율주행으로 경사로, 잔디밭, 자갈길이 섞인 난코스를 50분 26초만에 주파하며 인간의 하프마라톤 세계신기록을 돌파했다. 당초 정통 로봇기업들이 로봇 하드웨어 제조는 물론 '구현지능(AI를 적용해 로봇 스스로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기술)'에서도 앞선단 평가가 주류였다. 아너의 '자율주행 로봇 1위'가 이번 대회 이변인 이유다.

2013년 화웨이 산하 브랜드로 출범해 2020년 화웨이에서 완전 분사한 아너는 중국 5위권 스마트폰 제조·개발사다. 선전시 국유자산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형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파악된다.

내부적으로 로봇 사업을 준비한 건 회사 정체성을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AI 디바이스 생태계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지난해부터다. 이후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토타입을 공개했고, 이번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를 통해 첫 완성형 휴머노이드 로봇 샨뎬과 위안치자이(元氣仔)를 선보였다. 사업 시작 1년만에 정통 로봇기업을 누르고 대회 상위권을 석권한 셈이다.

AI와 배터리의 '최적화', 로봇 개발과 본질적으로 같아

중국 테크·자본시장 전문매체 커촹반일보는 이번 대회 후 아너의 로봇 샨덴을 앞세워 1위를 차지한 치톈다성 팀 구성원과 아너의 구현지능 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왕아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결은 '스마트폰 최적화 기술'의 응용이라고 분석했다.

치톈다성 팀과 왕아이 CSO는 총 1년이 걸린 샨뎬 개발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로봇 전체 구조의 신뢰성'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로봇이 21km를 달리는 동안 무거우면 에너지 소모가 급증하고 가벼우면 내구성이 떨어지는 딜레마를 극복하는게 숙제였단 것.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열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아너의 샨덴 로봇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사진=안정준 특파원

이에 치톈다성 팀은 아너의 스마트폰 개발·제조에서 축적된 품질 관리와 검증 체계를 직접 적용했다고 했다. 왕 CSO는 이와 관련, "회사는 1만4000명의 연구인력과 85%의 자동화율로 28.5초마다 스마트폰 한 대를 생산하는 선전 공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미세 공정, 전력 관리, 배터리, 단말 AI 기술이 로봇 개발로 이전됐다"고 설명했다. AI와 배터리의 성능을 스마트폰 단말기 안에서 최적화하는 기술과 로봇 최적화 기술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단 뜻이다.

로봇 관절과 본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할 하드웨어 제조 기술도 스마트폰 제조 공정에서 가져왔다. 왕 CSO는 수억개의 스마트폰을 제조하며 확보한 튼튼한 구조 기술을 사용해 로봇이 안 부서지고 오래 버티게 만들었다며 "구체적으로 접히는 부분을 오래 버티도록 하는 '루반 힌지 기술'과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소재 기술인 '블랙 다이아몬드 암' 등이 로봇 본체에 직접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다음은 로봇…첨단산업 침투하는 스마트폰

일각에선 스마트폰 기업이 자율주행 전기차 산업에 침투한 것과 같은 현상이 로봇 산업에서도 재연되는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중국에선 스마트폰 기업이 정통 전기차 기업과 각축을 벌이는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샤오미는 자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생태계를 차량으로 확장했다. 화웨이는 완성차를 직접 생산하진 않지만 자율주행·차량 OS·전장 시스템을 공급하는 플랫폼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스마트폰 기업들이 기존에 축적한 소프트웨어·칩·배터리·열관리 역량이 전기차 개발·제조에도 충분히 통한다는 점이 이미 입증된 셈이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의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지능형 디바이스'로 재정의돼 가고있는 만큼 스마트폰 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공간은 갈수록 넓어진다. '스스로 움직이는 지능형 단말기'로 진화해 나가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스마트폰 기업들이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스마트폰 업계의 로봇산업 침투가 가속화될 경우 현재 중국 전기차 업계가 직면한 '내권(內卷·제살 깎아먹기식 경쟁)' 문제가 앞으로 로봇 산업에서 불거질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중국 주요 언론은 스마트폰 기업의 전기차 산업 진출 후 업계에 '스마트폰식 경쟁 방식'이 유입되며 내권이 더 심해졌다고 지난해 말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0~100km/h 가속 2.98초'라고 강조하면서 '출발 시간 미포함' 기준△'세계 최고 속도'로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차체 길이 5000mm 이상 7인승 하이브리드 기준'△'저온 주행거리 1위'라면서 '5~15℃ 기준'이라고 별도 표기하는 등의 마케팅 기법이 이른바 스마트폰 업계식 경쟁으로 소개됐다.

(베이징 로이터=뉴스1) = 샤오미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이 2025년 5월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신차 출시 행사에서 자사의 전기차 ‘YU7’을 소개하고 있다.2025.05.2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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