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워런"…버크셔 주총장 흔든 '가짜 버핏'의 경고

오마하(미국)=심재현 특파원
2026.05.03 14:15
버크셔 해서웨이가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워런 버핏 회장의 딥페이크 영상을 시연하고 있다. 실제 버핏은 이날 남색티를 입고 객석 맨앞줄에 앉아 있었다. /오마하(미국)=심재현 특파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객석에 앉아있다가 발언하고 있다. 버핏은 지난해 은퇴를 선언하고 회장직만 상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오마하(미국) 로이터=뉴스1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질의응답 세션이 시작되자 대형 스크린에 정장 차림의 워런 버핏 회장이 나타났다. 버핏은 특유의 익살스러운 말투로 "오마하에서 온 워런"이라고 인사한 뒤 그렉 에이블 최고경영자(CEO)에게 "내가 95세라 시간도 많고 체리콜라도 마시면서 지내는데 재미로 묻자면 왜 주주들이 버크셔 주식을 장기 보유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냐"고 말했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답변에 나선 에이블의 표정은 진지했다. 에이블은 "방금 본 영상은 워런의 목소리나 사진을 한번도 직접 입력하지 않고 온라인에 공개된 데이터만으로 복제해 만든 '딥페이크' 기술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시연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었다. 버크셔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보안 위협과 사이버 범죄의 위험성을 주주들에게 직접 경고하기 위해 '가짜 버핏' 영상을 기획했다. 에이블은 "우리가 매일 관리해야 하는 가장 큰 위험 중 하나가 바로 사이버 리스크"라며 "AI는 악의적인 공격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고 오늘 영상은 그런 위험이 얼마나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무대 아래 객석에서 자신의 가짜 영상을 지켜본 버핏 역시 "방금 본 영상은 정말 무섭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버핏은 2024년 주총 당시에도 AI는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두렵게 하고 다시 램프 속에 넣을 수도 없는 지니"라고 말했다.

주총 현장에서는 버크셔처럼 신뢰가 핵심 자산인 기업의 주총에서조차 딥페이크가 실제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데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버핏으로부터 인생과 투자의 지혜를 얻으려던 주주들에게 가장 큰 경고를 던진 것은 '진짜 버핏'이 아니라 '가짜 버핏'이었던 셈이다.

한 투자자는 "에이블이 주총 데뷔 무대에서 이런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포스트 버핏 시대에도 버크셔의 신뢰와 무결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버크셔는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사이버 공격과 데이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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