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처리 50% 늘고, 항소·파기환송은 뚝…'AI 재판' 도입한 중국 선전시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5.04 15:34
ⓒ 로이터=뉴스1

중국에서 최초로 AI(인공지능) 보조 재판시스템을 구축한 선전시에서 사건 처리 건수가 1년 새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유사 판례 추천은 물론 판결문 작성 보조까지 판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단계에 진입한 결과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선전시 중급인민법원은 최근 SNS를 통해 2025년 선전 법관 1인당 평균 사건 처리 건수가 전년보다 249건 증가한 744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판결 오류 감소를 가늠할 만한 수치도 공개됐다. 선전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 선전시 법원의 사건 항소와 1심 파기환송은 전년 대비 각각 35.1%, 33.3% 감소했다고 밝혔다.

선전시 법원은 2024년 6월 중국에서 최초로 사법 재판 특화 대형언어모델(LLM)을 구축하고 스마트 보조 재판 시스템을 정식 도입했다. 현재 이 시스템은 민사, 행정, 형사소송 전반과 사건 접수, 기록 열람, 재판, 판결문 작성 등 재판 업무 절차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양형 권고, 유사 판례 판결 비교, 쟁점 자동 식별 등 업무를 대신 수행해준다.

선전시는 특히 이 시스템에 각 단계마다 심사, 확인, 결정 선택 기능과 알림 기능이 설치돼 있단 점을 강조했다. 판사는 각 단계를 직접 확인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사건 결론 역시 판사가 내린다. 선전시는 "판사의 독립적 판단을 존중하는 동시에 엄격하고 공정한 법의 적용을 최대한 보장하고 유사 사건의 동일 판결을 촉진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광샤오화 선전 중급법원 부원장은 "모두가 AI를 사법 판단에 적용할 수 있는지 논쟁하는 동안 우리는 이미 실질적인 답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전식 AI 사법 적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엔 아직 한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 중국에는 통일된 기술 표준과 제도 규범이 없어 각 법원이 개별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개입할 수 있는 상한선을 최고인민법원 차원에서 마련한 수준에 그친다. 2022년 12월 최고인민법원은 '인공지능 사법 활용을 규범화하고 강화하기 위한 의견(이하 의견)'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AI는 판사의 판결을 대신할 수 없으며, AI가 제공하는 결과는 재판 업무나 재판 감독 관리의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셰마오숭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원 연구원은 "선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다른 도시들은 AI 기술과 법률을 동시에 이해하는 복합 인재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저보 로펌의 하오야차오 변호사는 "AI는 반복적이고 기계적 업무를 개선할 수 있지만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사의 공정성과 양심"이라며 "사법의 독립성 문제는 AI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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