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브라질에 총 9조원을 쏟아부으며 브라질 최대 투자국 자리에 올랐다. 특히 광물과 전력 투자를 늘리며 브라질을 남미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구축하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미국의 뒷마당'으로 통하는 남미에서의 영향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8일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시각을 대외에 알리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브라질 비즈니스위원회(CBBC)'가 이날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브라질에 총 61억달러(약 9조원)을 투자해 미국을 누르고 브라질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브라질이 유치한 해외 투자총액의 10.9%를 차지했다. 미국의 투자 비중은 6.8%에 그쳤다.
중국의 브라질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45%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지난해 중국의 전 세계 투자 평균 증가율 1.3%와 비교하면 압도적 수준이다. 툴리우 카리엘루 CBBC 연구국장은 "핵심은 투자 규모 자체보다 중국의 자금이 주로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다"고 말했다.
특히 광산 투자가 전년보다 세 배 이상 급증하며 17억6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중국 광산기업 뤄양몰리브덴은 지난해 약 10억달러 규모의 브라질 금광을 인수했으며 중국 해외 광산 개발기업 우쾅즈위안은 브라질 니켈 사업권을 5억달러에 인수했다. 비철금속 기업 바이인유서는 브라질 구리광산을 2억43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 같은 거래를 통해 광산업은 중국의 브라질 투자 가운데 29%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은 전력 부문에도 전체 투자의 29.5%에 해당하는 17억9000만달러(약 2조6200억원)를 투자했다. 태양광과 풍력, 수력 관련 총 27건의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브라질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난해 중국은 부라질 광산과 전력 부문에만 5조원 이상을 투자한 셈이다.
이 같은 투자를 발판으로 중국과 브라질의 공급망 협력이 한층 강화된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웨윈샤 중국사회과학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부소장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브라질의 협력은 단순 상품무역에서 상업 투자로, 나아가 현지화 공급망 통합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현지 생산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크며 양국 공급망과 가치사슬의 상호보완성도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브라질 자원과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SCMP는 중국이 브라질 최대 투자국이 됐다는 내용의 CBBC 보고서 발표 시점도 미묘하다고 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의 브라질 영향력 확대와 관련한 변수는 올해 10월 예정된 브라질 대선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룰라 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룰라 현 대통령과 달리 우파 성향인 보우소나루 진영의 핵심 후계자로 통하는 플라비우는 미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지향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에서 이와 비슷한 전례도 있다. 2023년 친 트럼프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 후 중국의 아르헨티나 투자가 실제로 둔화된 바 있다.
툴리우 카리엘루 CBBC 연구국장은 "브라질이 일부 사안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춘다고 해서 중국이 투자를 철회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브라질 상황은 아르헨티나와 다르며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는 훨씬 광범위하고 역동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