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20% 미만의 건조한 환경에서도 공기에서 물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오마르 야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 교수가 2020년 창업한 스타트업 '아토코'는 금속-유기골격체(MOF)를 이용한 '대기 수분 수확 기술'(AWH)을 앞세운 기업이다.
나노 단위로 설계되는 MOF는 아주 많은 구멍을 가진 소재로, 기체나 액체를 잘 저장한다. 불과 1g 분량으로 축구장 크기의 표면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 MOF로 공기를 흘려보내면 MOF가 공기 중 물 분자를 붙잡아 물을 모아낸다. 이렇게 뽑아낸 물은 간단한 여과만 거치면 바로 식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
아토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화물 컨테이너 크기의 기기를 통해 하루 1000리터 넘는 물을 생산할 수 있다. 가정용으로 집안 에어컨 정도 크기의 기기를 상용화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야기 교수는 지난 1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MOF는 물을 포집할 뿐만 아니라 필터 역할도 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며 "누구나 개인용 '물 수확 장치'를 갖고 어디서든 깨끗한 물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수자원 독립을 꿈꾼다"고 했다.
아토코 기술은 어떤 기후든 적용 가능하며, 매우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간 안개 포집, 냉각 응축 등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습한 기후에서만 적용 가능하거나 물 생산에 너무 많은 전기가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였다. 아토코 기술은 태양열 또는 쓰고 남은 폐열만으로도 작동 가능하다. MOF는 원래 제조가 어렵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야기 교수 연구로 개선에 성공했다. 야기 교수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MOF 분야 석학인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 등과 함께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MOF는 수자원 생산 외에도 여러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야기 교수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든 이 '분자 호텔' 안에 수많은 '방'들이 존재한다. 이 방 안에 특정 분자들을 가둘 수 있다"며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도록 맞춤 설계할 수 있다. 수소를 저장해 청정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쓸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 태어나는 아기는 100년 전에 태어난 아기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며 산다"며 "(탄소 배출)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 이 기술을 대규모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전세계가 힘을 모아야한다"고 했다.
야기 교수는 요르단 암만의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남매가 가축들과 같은 공간을 써야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다. 전기는 물론 수도도 변변치 않았다. 1~2주에 한 번 몇 시간씩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올 때가 있었는데 그때면 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 그릇을 모두 가져와 물을 모았다. 물 부족에 허덕이던 경험이 MOF 연구로 이어졌다.
첨단 소재를 다루는 화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도서관에서 마주친 분자 구조도에 매료돼 화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야기 교수는 "그때는 그게 분자 구조도라는 것도 몰랐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나중에 그것이 분자 구조도였고,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는 그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정육점으로 생계를 잇던 부모는 야기 교수를 교육시키기 위해 헌신했다. 내성적이었던 야기 교수는 요르단에서 학업을 마치길 원했으나 부친이 "너는 미국에 갈 거야"라며 9000달러(1300만원)가 든 통장을 쥐어줬다. 야기 교수는 뒷바라지도 대단했지만 부친의 인성 교육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노벨상 수상자 인터뷰에서 그는 "가게 청소를 제대로 안 하면 아버지는 다시, 또 다시 시켰다"며 "항상 진실을 말하는 것, 근면성실함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했다.
야기 교수는 매일 출근길이 즐겁다고 했다. 그는 "나는 화학이 중독돼 있다"며 "노벨상 수상은 끝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에너지를 내게 준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