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넘어 '이란·대만·AI'…미중 정상회담, 고차방정식 풀어야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김종훈 기자
2026.05.11 15:35
[부산=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0.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이 적잖은 난제에 대한 복합적 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간 지난해 부산 회담이 관세·희토류·대두를 중심으로 한 '무역 협상'이었다면 이번 베이징 회동은 이란 사태와 대만 갈등, AI 기술패권까지 얽힌 이슈를 다뤄야 한다. 의제가 늘어난 만큼 포괄적 공감대 형성은 더 어려워진 구도로 보인다.

11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오는 14일 오전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해 14일 오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같은 날 두 정상이 함께 베이징의 명소인 톈탄 공원을 방문한 뒤 국빈 만찬을 한다는게 백악관이 공개한 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시 주석과 티타임과 업무 오찬을 한 뒤 중국을 떠난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3~1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며 이 같은 백악관 발표를 공식 확인했다. 양국 정상 회담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이후 약 7개월만이다.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는 건 약 9년만이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엄청난 상징적 의미를 지닌 방문"이라고 말했지만 양국 앞에 놓인 과제는 상징적 의미를 뛰어넘는다.

우선 지난해 관세 전쟁으로 촉발된 양국 무역 갈등 이슈를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휴전'에 합의한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질 이슈다. 다만,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등에 부과했던 20% 관세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린 만큼 쟁점 자체는 미국의 '301조 조사'로 바뀔 전망이다. 미국이 새로운 관세 부과를 위해 중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착수한 조사다. 관세 협상과 맞물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완화와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 구매 확대 등 지난해 부산 회담의 논의 사항도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에 앞서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 같은 무역 이슈를 사전 논의 중이다. 지난 3월 파리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에선 중국측이 공개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해 "이 조사가 어렵게 유지돼 온 양국 경제·무역 관계를 파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번 베이징 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오는 13일 서울에서 추가 무역 협상을 진행한다.

이란·대만·AI 문제도 다뤄지나…사실상의 '전략 회담'

이번 베이징 회담에선 이 같은 무역 의제에 더해 지정학적 의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3개월째 이어진 이란 사태가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한 달 이상 미뤄진 이유 자체가 이란 사태였다.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최근 중국을 향해 중재에 나서란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와 대이란 지원 의혹을 문제삼는 것도 이 같은 중재 압박과 맞물려 있다. 이에 중국은 최근 이란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이란 외무장관을 베이징에 불러들여 현지 정세를 논의했다.

중재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와 관련, 중국 중앙TV(CCTV)는 "중재 부담을 중국에 떠넘기면서 중국을 편향된 당사자로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재자 이미지는 취하되 중재 책임까지 떠안지는 않으려는게 중국의 전략으로 보인다. 중재 외교에 나서더라도 그에 따른 실리는 확실히 챙기겠단게 중국의 속내란 해석도 있다. 무역 의제 논의와 맞물려 양국이 주고받을 카드가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보다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6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2026.05.06.

워싱턴 소재 중동 전문 컨설팅업체 리흘라 리서치 앤드 어드바이저리의 제시 마크스 대표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 회담에서 이란 문제를 제기하며 이란 농축우라늄 비축분의 이전과 감시 메커니즘 얘기를 꺼낼 수 있다"며 "하지만 시 주석은 이란 문제를 별도로 분리해 관리하며 회담 초점을 무역과 기술, 양국 관계 안정화에 맞추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부산 정상회담과 달리 대만 의제가 베이징 회담에서 다뤄질 지도 관건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대만 문제가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며 "양국 모두 해당 지역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서로의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으로 통하는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상원의원을 중국에서 만나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이익이며 미중 관계에서 절대 넘어선 안 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에 '레드라인'인 동시에 미국엔 동맹 안보 신뢰와 직결된 만큼 의제로 오를 경우 회담 분위기 자체를 흔들 수 있다.

AI 이슈도 베이징 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AI는 단순 산업 경쟁을 넘어 군사, 안보, 반도체 공급망과 직결된 핵심 전략 기술로 부상하면서 미중 경쟁의 핵심 축이 됐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은 AI 반도체와 AI 기업 인수합병 통제 뿐 아니라 양국간 AI 대화 채널 구축 등 폭넓은 화두가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시각을 대외에 알리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 같은 서방 언론의 보도를 전하며 중국 현지 전문가들의 관점 역시 다르지 않단 점을 시사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미국은 AI를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핵심 영역으로 보고 있다"며 "동시에 AI 경쟁이 통제 불가능해지는 것을 막고 글로벌 규범 제정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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