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하면 뭐해..."북한·러시아 눈도 깜빡 안한다" 미국의 고민

조한송 기자
2026.06.22 11:19

미 정부, 적대국 제재 프로그램 재검토

(톈진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9.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톈진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미 행정부가 이란, 러시아, 북한 등 반미 국가에 대한 경제 압박 수위를 높여왔으나 실효성이 떨어짐에 따라 제재 프로그램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제재 프로그램의 실효성과 집행력에 한계가 드러나자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적대국 압박 수위 높인 미국...하지만 효과는 미미

이날 WSJ은 미 재무부의 분석을 인용, 미 행정부가 적대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신규 제재 지정 건수는 2017년 880건에서 2024년 30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제재 방식은 대상국을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하고 이들과 거래하려는 기업들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례로 미국은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한 압박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18개월 동안 이란에 1000건 이상의 제재를 쏟아부었다. 러시아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석유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북한 핵개발에 따른 대북제재, 쿠바 등에 대한 경제제재도 실행 중이다.

그러나 미 재무부 관료들에 따르면 이란, 러시아, 북한의 경우 모두 금융 봉쇄를 피하기 위해 정교한 기구를 구축했다. 이들은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의 유령회사와 중개인을 이용해 자국 경제에 필수적인 물품을 계속 수출입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제재에 대해 "눈도 깜빡하지(blinking) 않는다"고 WSJ은 짚었다.

[에비앙레뱅=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다. 2026.06.18. /사진=민경찬
우회로 찾은 반미 국가들..."북한, 암호화폐 탈취로 돈 벌어"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에 석유를 판매함으로써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경제 봉쇄를 우회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2024년에 약 430억달러(약 66조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 수출을 막고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자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하는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러시아 또한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은 제재 속에서도 10년간 버티다 올해 초 미군이 물리적으로 그를 축출한 뒤에야 물러났다. 또 다른 제재 대상국인 미얀마는 여전히 군사 정권이 통치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피해 간 건 북한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암호화폐를 훔쳐 60억달러(약 9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훔치고 불법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전 세계에 금융 요원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평양 시내 녹지 공간이 조성된 모습을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도우면서 외화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에 따르면 평양 도로에 자동차가 즐비하고 앱으로 택시를 호출할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점을 둔 평양 신도시 '화성지구'를 짓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제재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5월 연설에서 가장 효과적인 제재는 '기한이 정해진 공격적이고 표적화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쓸모없어진 제재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제재가 너무 오래되어 의도한 효과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아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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