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벌자" 빚투했다가 강제 청산…"한국처럼 우리도?" 美 비상

윤세미 기자
2026.06.30 04:05

AI發 레버리지ETF 열풍 확산
신용융자 2153조, 사상최대
증권가 "시장 변동성 커질듯"

미국 내 상장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그래픽=임종철

국내 증시와 마찬가지로 미국 증시에서도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거나 고수익을 노리고 고위험 상품에 몰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 자료를 인용, 올해 5월 기준 미국 내 마진론(신용융자) 잔액이 1조4000억달러(약 2153조원)로 1년 전보다 54%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마진론은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보유현금이나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받는 대출을 의미한다.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2~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ETF(상장지수펀드) 시장도 빠르게 팽창한다. 팩트셋에 따르면 레버리지ETF 운용자산은 올해 3월말 약 1135억달러에서 이달 24일 1887억달러까지 불어났다. AI 투자열풍 속에 관련 레버리지 ETF로 투자자가 몰린 결과다. 올해 마이크론 주가가 약 300% 급등하며 랠리를 주도한 가운데 반도체 주요 종목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데일리 세미컨덕터불3배ETF' 역시 410% 넘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레버리지 투자는 손실도 클 수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루 만에 30% 폭락하면 3배 레버리지ETF는 90%에 달하는 손실을 본다.월가는 레버리지 투자가 이처럼 팽창하면 투자손실 위험을 넘어 시장구조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도 우려한다.

바클레이즈는 레버리지ETF들이 신규 자금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3월말 이후 약 3000억달러(463조원) 규모의 개별 종목 및 지수 관련 파생상품을 매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조성자들은 이러한 파생상품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실제 주식을 추가 매수하고 이는 주가상승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는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하면 펀드는 기초자산 비중을 축소해야 하고 시장조성자들도 헤지물량을 되팔게 된다. 여기에 마진론을 활용한 투자자들의 반대매매까지 겹치면 매도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가하락이 더욱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바클레이즈의 알렉산더 앨트먼 글로벌 주식전략책임자는 "단기간에 이 포지션이 청산돼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매우 두려운 규모"라며 "현재 시장에서 큰 위험은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기계적인 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레버리지 투자의 실제 위험이 최근 한국 증시에서 드러났다고도 전했다. 반도체 종목의 급등세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한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이 미국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단 지적이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최고시장전략가는 마진론으로 레버리지ETF의 옵션상품까지 사는 등 "레버리지를 3~4단계 쌓아올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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