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 빈농에서 푸아그라 거물로…리펑산의 차이나드림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7.17 08:00
리펑산 훠추현 창하오 랑드거위 양식전문합작사 이사장/사진출처=봉황망

"어렸을 땐 집이 가난해서 하루 한끼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리펑산 훠추현 창하오 랑드거위 양식전문합작사 이사장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50세. 연간 푸아그라 300톤을 생산하는 창하오바이오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최근 '원조'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올라선 중국 푸아그라 산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리펑산은 중국 중부 안후이성 루안시 훠추현에서 태어났다. 훠추현은 벼농사에 의존하는 전형적 농촌이었다. 연해 도시를 중심으로 한 중국 개혁·개방기, 내륙 농촌에서 빈농의 아들로 보낸 그의 유년기는 빈곤했다. 1990년대 많은 농촌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났던 것 처럼, 리펑산 역시 상하이로 향했다. 한 대만계 기업에서 일했다.

그는 2007년 다시 고향 훠추현으로 돌아왔다.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고향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그는 아버지처럼 농사를 지어야할지도 고민했다. 하지만 아버지 보다 더 여유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고향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던 중 푸아그라 생산용 거위 품종인 프랑스 랑드거위 사육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고향을 떠난 1990년대부터 귀향한 2007년까지 훠추현에선 작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1980년대 말 산둥성 린취현은 프랑스에서 랑드거위 품종을 들여와 부화, 사료배합, 질병관리, 도축, 가공 등 푸아그라 생산 공정을 숙성시켰고 이는 2000년대 들어 자연조건이 린취현과 비슷한 훠추현으로 확산됐다. 리펑산이 귀향한 2007년은 랑드거위가 일반 가금류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품종으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지방정부는 랑드거위 사육을 지역 특화산업으로 적극 지원했다. △선도기업 및 협동조합 육성△종거위와 새끼 거위 공급△사육기술 보급△표준화 축사△도축·냉장·가공시설△판로와 지역브랜드 구축 등 전방위적 지원책이 나왔다.

협동조합 틀 위에 지방정부 전폭 지원…프랑스 누르고 세계 1위

특히 협동조합 육성은 당시 훠추현을 넘어 중국 전역에서 '농민전업합작사법'이란 이름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농촌 진흥책이었다. 2000년대 초 중국 농촌은 영세 농가가 각자 가축 사육과 판매를 맡는 구조였다. 규모가 작아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고 판로 확보와 가격 협상력도 떨어졌다. 방역과 질병 대응 역시 개별 농가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농민전업합작사법은 소규모 농가를 협동조합으로 묶어 기업처럼 운영하는 제도다. 협동조합이 새끼 가축과 사료, 기술, 방역, 판매를 맡고 농민은 생산에 집중하는 구조다.

리펑산은 2008년 랑드거위 양식전문합작사를 설립해 이 모델을 도입했다. '지방정부, 선도기업 , 협동조합, 농민'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이 같은 중국식 협동조합은 레스토랑 납품을 위해 크기·지방함량·색깔 표준화가 필수인 푸아그라 생산에 제격이었다. 모든 농민에게 같은 사료와 백신, 급이방법을 적용해 같은 시기에 제품을 출하하며 품질을 빠르게 표준화했다. 지방정부 지원은 확실했다. 리펑산은 "인프라와 백신 비용의 절반 이상을 정부 지원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랑드거위 사육기지=사진출처: 바이두 갈무리

리펑산은 이 같은 지방정부 지원에 '중국식 생산'을 더했다. 그의 농장에서는 직원 1명이 거위의 부화부터 사육, 출하까지 400마리 이상을 관리한다. 특히 출하 전 마지막 10일 동안에는 하루 6차례 '강제급이(Force-feeding)'를 실시하는 고밀도 생산체계를 운영한다. 리펑산은 이러한 생산성이 노동집약적인 사육 방식에서 나온다고 설명하며 "일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유럽에선 더 이상 이렇게 많은 거위를 키우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현재 로봇 기업들과 협력해 강제급이 로봇 도입을 추진중이다. 노동집약적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뒤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지난해 푸아그라 300톤을 생산한 리펑산의 올해 목표 생산량은 500톤이다. 프랑스 생산업체 1곳이 연간 평균적으로 생산하는 양의 50배에 육박한다. 협동조합 구조를 통한 지방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중국식 생산, 광대한 내수시장이 맞물린 결과다. 중국 국유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6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전 세계 푸아그라 공급량의 45%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연간 1만1000톤에 달하는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ICC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푸아그라 최대 생산국으로 도약했다고 보도했다. 리펑산은 "누가 세계 1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푸아그라를 합리적 가격에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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