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에서 AI(인공지능) 국제기구 설립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AI 발전과 거버넌스를 주도하겠단 복안이다. 미국 중심의 AI 거버넌스에 대응해 '중국식 AI 질서'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1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상하이에서 개막한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올해 WAIC는 20일까지 열린다.
2018년 출범한 WAIC는 중국 정부가 주최하는 최대 AI 행사로 중국의 AI 산업 전략과 최신 기술 성과를 세계에 공개하는 대표 플랫폼이다. 시 주석이 이 행사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1회 행사때 시 주석은 축하 서한을 보냈고 2019~2023년엔 중앙 및 지방 지도부와 산업계 인사들이 주로 참석했다. 2024~2025년엔 리창 총리가 참석해 개막식 기조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각국의 공동 노력 속에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가 상하이에서 탄생하게 됐다"며 "이는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의 요구에 호응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AI의 발전과 거버넌스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중국의 중대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구는 인공지능 발전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 주석은 글로벌 AI 발전을 지원하고 전 세계 AI 역량 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5000명 규모의 AI 전문 연수·교육 과정 제공△아세안, 아랍연맹, 아프리카연합,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를 대상으로 국제 인공지능 응용 협력센터 설립△기상 재해 대응용 AI 조기경보 시스템인 '마쭈(중국 남부에서 숭배하는 바다의 여신)'의 30개국 보급 등을 앞으로 5년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시 주석의 발표로 공식 출범한 WAICO는 리창 중국 총리가 지난해 WAIC에서 설립을 제안하며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중국은 이후 1년간 회원국을 모집하며 협정을 준비했고 전일 상하이에서 열린 WAICO 설립 협정 서명식에 왕이 외교부장이 중국을 대표해 협정에 서명했다. 29개국 대표가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협정에는 이 기구를 독립적인 정부 간 국제기구로 설립하고 본부를 상하이에 두는 것이 명시됐다.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은 WAICO는 중국이 AI 기술 경쟁을 넘어 국제 규범과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만든 첫 정부 간 AI 국제기구라고 평가했다. 미국 중심의 AI 거버넌스에 대응해 글로벌 사우스를 축으로 한 '중국식 AI 질서'를 구축하려는 전략의 상징이라는 것.AI 반도체와 AI 모델, 컴퓨팅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미중 AI 경쟁이 AI 국제 규범, 국제 표준, 거버넌스 영역으로 확대된 셈이다.
인프라를 중심으로 아세안과 브릭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과의 외교적 결속력을 끌어올리는 '일대일로'의 AI 버전이란 해석도 나온다. AI 인재 양성, 응용센터 구축, AI 조기경보 시스템이 일대일로 체제 하에 철도, 항만, 발전소 처럼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 된다는 시각이다.
로이터는 WAICO 설립을 '중국의 AI 외교 본격화'로 평가했다. 조지 첸 아시아그룹 디지털 프랙티스 의장은 로이터를 통해 "시 주석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중국은 AI 기술과 표준 모두에서 추격자가 아닌 선도국을 지향하고 있으며 글로벌 AI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했다.
시 주석이 참석한 올해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전시 면적은 처음으로 10만㎡를 넘었으며 약 1100개 기업이 참가한다. 총 3000여 개 제품이 전시되며 이 가운데 300여 개 제품이 세계 최초 공개된다.
현지 언론은 화웨이의 Atlas 950 초대형 AI 슈퍼노드 실물을 핵심 전시 제품으로 꼽았다. 8000개 이상의 AI 칩을 하나의 컴퓨터처럼 연결해 거대언어모델을 학습·추론하는 초대형 AI 컴퓨팅 시스템이다. 화웨이 자체 어센드 칩과 초고속 인터커넥트를 사용해 여러 개의 서버를 하나의 컴퓨터처럼 구동한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 속에서 중국의 AI 인프라 자립을 상징하는 핵심 제품인 셈이다. 지난 3월 MWC에서 소개된 이후 이번에 실물이 공개된다.
'컴퓨터과학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튜링상 및 노벨상을 수상한 석학 9명이 참석해 학술회의를 여는 것도 올해 행사가 처음이다. 딥러닝 3대 거장으로 꼽히는 2018년 튜링상 수상자 요슈아 벤지오, 강화학습의 개척자로 불리는 2024년 튜링상 수상자 리처드 서튼, 양자암호와 양자컴퓨팅의 기초를 세운 2025년 튜링상 수상자 질 브라사르, 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 등이 주요 참석자다.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행사에 참가해 '중국의 AI, 세계를 이롭게 하다' 사례집과 'AI 협력 발전 행동계획' 등 두 가지 정책 성과를 발표한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중국은 각국 정부 관계자와 산업·학계·연구계 인사, 국제기구 책임자들을 폭넓게 초청했다며 이번 회의가 AI의 건강하고 안전하며 질서 있는 발전을 추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화통신은 중국이 각국과 AI 분야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하며 AI 거버넌스 규칙, 기술 표준 등의 연계를 강화해 스마트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성과의 세계적 공유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