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갈등 관련, "일부 국가는 남중국해 당사국 간 해양 문제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번 충돌에 대한 미국과 호주의 비판을 겨냥한 언급으로 보인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 지난 20일 물리적으로 충돌한 것을 두고 "중국은 이미 필리핀 측 인원이 중국 법집행 인력을 악의적으로 공격한 데 대해 엄정한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당시 고무보트에 탄 필리핀 해군 병사들이 중국 측에 물러날 것을 요청하자 중국 해경 8명이 나무 곤봉 등으로 필리핀 병사들을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해경 순찰함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 해역에서 정례 순찰을 하던 중 필리핀 측이 먼저 접근해 공격했다는게 중국측 입장이다.
린 대변인은 "일부 국가는 필리핀의 권익 침해와 도발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외면한 채 근거 없이 중국을 비난하고, 이미 불법이자 무효인 남중국해 중재판정 문제를 계속 들고나오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 국가는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며 당사국 간 해양 문제에 개입할 권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상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생기면 사실관계도 따지지 않은 채 대대적으로 중국을 비난하는 국가는 늘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들의 목적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남중국해의 혼란을 부추기려는 것인지는 이미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과 필리핀의 충돌 직후 중국의 행동을 '위험하고 공격적'이라고 규탄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역시 중국을 공개 비판해며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했다. 지난 12일엔 미국, 일본, 호주, 영국, 캐나다, 독일 등 14개국이 남중국해 중재판정 10주년 공동성명을 내고 "2016년 중재판정은 최종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다"며 중국의 해양 영유권 주장을 비판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21일 중국과 필리핀이 서로 자국 주재 대사를 초치하며 외교 문제로 비화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이날 중국 외교부가 필리핀뿐 아니라 미국 등 제3국까지 겨냥해 경고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충돌은 중국과 필리핀 외교 수장의 회동을 앞두고 발생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23일까지 열리는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기간에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린 대변인은 "관련 당사국들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양 분쟁을 적절히 관리할 것"이라며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을 전면적이고 효과적으로 이행하며 '남중국해 행동준칙' 협상을 추진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