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미국 월가와 실리콘밸리가 소수의 수학·컴퓨터 과학 천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뛰어난 알고리즘 하나가 막대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100만달러(약 14억3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퀀트(정량 투자금융) 업계는 대형 언어모델(LLM)을 다루는 AI 기술이 금융 알고리즘 개발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수학·통계·컴퓨터 과학 인재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퀀트는 수학적 모델과 통계 분석을 활용해 투자 전략을 만들고 자동화된 거래를 수행하는 분야다. 하지만 세 분야를 모두 능숙하게 다루는 인재는 극소수여서 AI 연구소와 금융회사 간 인재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뉴욕의 한 채용업체 대표는 "과거에는 100만달러 연봉이 이례적이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며 "오픈AI 등장 전후로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퀀트 업계 신입 초봉은 35만~50만달러(약 5억~7억2000만원) 수준이며, 경력이 쌓이면 연봉 100만달러를 넘는 경우도 흔하다. 일부 기업은 신입 직원에게 최대 150만달러(약 21억6000만원)를 제시하기도 한다.
세계 최대 규모 퀀트 회사 중 하나인 제인스트리트는 올해 1분기 103억달러(약 14조840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뛰어난 연구원이 개발한 알고리즘 하나가 수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경쟁은 대학 캠퍼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수학 경시대회와 캠프를 후원하고 체스 대회 개최 등 이른바 '너드 문화'를 활용해 젊은 인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옥스퍼드대 수학연구소의 알바로 카르테아 교수는 "학계 최고를 목표로 박사 과정을 시작한 학생들도 월 3만달러(약 4300만원) 이상의 인턴십 제안을 받으면 산업계로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유혹이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WSJ은 이러한 거액의 보상이 수학적 전문성이 필요한 학계와 다른 산업 분야의 인재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