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에 거주 중인 직장인 캐롤라인 트래비스(27세)는 최근 창업 수업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몇 번의 데이트 후 빠르게 그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그와 머지않아 끝장날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 젊은 층 사이에서 데이트 상대를 수치화해 평가하는 '러브 해킹'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데이트를 나눈 뒤 그와의 궁합 평가를 위해 상대의 핵심 가치관과 정보 등을 입력, 나와 얼마나 잘 맞는지 분석해보는 것이다. 특히 내가 어떤 점에서 상대에게 끌리는지, 과거 잘못된 패턴은 무엇인지 분석하는 데 용이하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모든 데이트를 기록하는 연애법에 빠진 이들이 늘어난 현상에 대해 조명했다. 무제한 선택지를 쏟아내는 데이트 앱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연애 시장에서도 실패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방어 기제를 마련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
앞선 트래비스는 데이터가 연애 고민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스프레드시트 싱글', 이른바 '러브 해커' 집단 중 한 명이다. 이들은 무제한으로 선택지를 쏟아내는 데이팅 앱 때문에 정작 치명적인 결함을 지나치기 쉬워졌다고 지적한다. 트래비스의 친구 알리사 트레이시는 "끝없는 탐색에 지친 나머지 평소라면 절대 타협하지 않았을 조건들까지 얼렁뚱땅 타협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인 샘슨 에지에메가 바로 앱 '스프레드'를 개발한 인물이다.
이 데이터 기반 연애법에 빠져든 이들은 스프레드시트 덕분에 자신의 욕구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항목으로 변환, 자기만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보통 네 번째 데이트부터 호감을 느낀다'라거나 '가장 만족스러웠던 데이트 상대들은 주로 엔지니어였다'라는 식이다.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27세의 브랜드 전략가인 페이튼 나이트는 연애도 비즈니스처럼 철저해야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그는 "솔직히 연애에 있어 즉흥성과 재미도 좋지만 기본적인 핵심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그 관계는 결국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이트는 '친구 피드백' 탭을 만들어 친구들이 자신의 데이트에 의견을 보탤 수 있는 스프레드시트를 제작했다. 이 시트는 그녀가 과거에 만났던 남자 중 누구와 다시 만날지 검토할 때 유용하게 쓰였다. 한 남자에게 다시 연락해 볼까 혹했던 순간 그녀는 '그 남자가 두 번째 데이트 때 다짜고짜 자신의 엄마와 페이스타임(영상통화)을 하게 만들었다'는 친구들의 메모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나이트는 이 템플릿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했고, 9.99달러(약 1만4000원)의 값을 매겨 1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판매했다.
맥길대학교 스카일러 왕 사회학과 조교수는 이같은 방식이 삶의 모든 요소를 기록하고 추적하려는 현대의 넓은 문화적 흐름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자아 데이터화와 데이트 스프레드시트에 관한 연구를 집필한 왕 교수는 "데이터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연애 과정에서 질서를 찾고 시스템화하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또한 데이팅 앱이 결코 채워주지 못하는 가장 큰 사각지대인 '실제 데이트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정돈해 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로맨스는 수면이나 식사처럼 수치화할 수 있는 여타 생활 습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부 연애 전문가들은 엑셀 칸 속에 빠져있다 보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미'라는 요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직 커플매니저인 릴리 웜블은 데이트하는 이들이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상대방과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진짜 감정을 무시하거나 무뎌지는 경우도 많다고 조언했다. 현재 데이트 코칭 회사를 운영하는 웜블은 "엄격한 기준과 규칙은 사실 상처받기 두려워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막는 방어기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