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민자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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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희귀 실버 달러 주화입니다. 10달러부터 시작합니다. 3, 2, 1, 낙찰!" 스마트폰 화면 속 타이머가 눈 깜짝할 새 카운트다운을 끝내자마자 수천 명의 접속자가 동시에 채팅창에 호가를 올린다. 가격은 순식간에 치솟고 최종 낙찰자가 결정된다. 얼핏 보면 화려한 경매장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는 미국의 한 평범한 가정집에서 진행되는 모바일 실시간(라이브) 방송의 풍경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실시간 경매를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라이브커머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때 실패한 시장으로 여겨졌던 미국 라이브커머스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서비스가 자리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무덤' 美서 통했다…반전 만든 실시간 경매━과거 미국 시장에서는 라이브커머스가 통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미국 빅테크들은 한국과 중국에서 성공한 라이브커머스 모델을 자국 시장에도 안착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 아마존의 라이브커머스 '아마존 라이브'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메타플랫폼 역시 페이스북 라이브 쇼핑 서비스를 중단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내려놓고 책을 벗 삼아 떠나는 이른바 '북케이션'이 여행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책을 읽으며 온전한 휴식을 취하려는 느린 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소설 속 배경지가 현실로━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여행업계에서는 독서와 관련한 여행 상품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여행사 EF얼티밋브레이크는 틱톡 독서 커뮤니티에서 큰 인기를 끈 에밀리 헨리의 소설 '피플 위 미트 온 베케이션'을 주제로 12일간의 크로아티아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발자취를 따라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를 여행하게 된다. 소설 배경지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독서와 요가 등의 웰니스 활동을 결합한 소규모 테마 여행도 인기를 끈다. 미국의 '레이크 오스틴 스파 리조트'는 독서뿐 아니라 요가, 명상, 작가와의 만남을 포함한 3박4일짜리 독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영국에서 여성 전용 독서 휴가 커뮤니티인 '레이디스 후 릿'은 바베이도스나 스위스 알프스 등지에서 12~14명의 소규모 인원이 모여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여행 마지막 날 밤 한 권의 책을 가지고 토론을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제안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사는 타스님 사주(22)는 올해 밸런타인데이에 브루클린의 한 레슬링장에서 열린 스피드 데이팅 행사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마음에 드는 상대와 레슬링 링에 올라 짧은 경기를 치른 뒤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사주는 "데이팅 앱에서는 대화만 이어지다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뭔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데이팅 앱을 떠나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함께 달리기를 하거나 운동을 즐기고 심지어 레슬링 경기까지 벌이며 상대를 찾는 이색 만남이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상대를 찾기 위해 끝없이 화면을 넘기는 데 지친 이들이 관심사와 취미를 매개로 한 새로운 만남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프라인 모임 찾는 남녀들…이색 레슬링 데이트도 인기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데이팅 문화를 조명했다. 지난 2월 브루클린에서 열린 레슬링 스피드 데이트 행사에는 18~24세 남녀 100여명이 참가했다.
운동장 위를 구르는 축구공의 지름은 22㎝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작은 공 하나에 전 세계 50억 명이 동시에 몰입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무대 뒤에서는 늘 당대 최첨단 기술들이 경쟁해왔다. 과거 월드컵 기술이 오심을 잡아내기 위한 '방어적 수단'에 머물렀다면,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기술이 경기 운영과 팬 경험의 전면에 나서는 '공격적 인프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됐다. 그 중심에는 AI(인공지능)가 있다.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축제를 넘어, 세계 빅테크들이 자사의 거대 AI 모델과 데이터 인프라의 안정성을 전 세계 수십억 명 앞에서 증명해 보이는 가장 매력적인 '기술 쇼케이스' 무대로 기능하고 있다. 가장 역동적이고 변수가 많은 환경 속에서 자사 기술의 정확성을 입증하는 것만큼 강력한 글로벌 마케팅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2026 북중미 월드컵 공식 기술 파트너인 레노버는 이번 대회를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한 월드컵"으로 규정하며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방구석 유튜버로 내공을 다진 20대 감독들이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이들이 연출한 영화가 최근 북미 박스오피스 1·2위를 나란히 차지하면서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제작비나 스타 마케팅 없이도 1020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돌려세우며 할리우드의 전통 흥행 공식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20세 유튜버의 반란…숏폼 중독 젠지도 극장 앞으로━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스터리 공포 영화 '백룸'은 개봉 첫 주말 북미에서 약 8000만달러(약 1223억원), 전 세계에서 1억2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 영화를 연출한 케인 파슨스 감독은 올해 겨우 20세다. 그는 백룸을 통해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할리우드의 최연소 감독에 등극했다. '백룸'은 가구점 사장이 창고 밑에서 끝없이 펼쳐진 미스터리한 공간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파슨스 감독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수년간 확장해온 온라인 괴담 '백룸'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백룸 흥행을 이끈 건 젠지 세대다. 백룸 배급사 A24에 따르면 북미 관객의 약 86%가 35세 미만이었고, 25세 미만이 66%, 21세 미만이 44%에 달했다.
"딸깍, 딸깍, 딸깍…. "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미디어)를 점령한 이 기묘한 소리의 정체는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키캡)로 만든 열쇠고리(키링), 이른바 '키캡 키링'을 누르는 소리다. 영상 속 젠지(Z세대)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키캡 키링'을 꺼내 무한 연타한다. 댓글 창에는 "출근길 멘털 치유엔 이 소리가 최고", "일하다 화날 때마다 무한 연타 중" 같은 반응이 이어진다. 팝마트의 '라부부' 등 캐릭터 인형이 주도하던 '키링' 열풍이 단순히 보기 좋은 시각적 가방 장식에서 직접 누르고 즐기는 촉각적 아이템 '키랩'으로 이동한 셈이다. 외신 분석 및 SNS 반응을 종합하면 세계 젠지들은 '키캡 키링'의 DIY 매력에 공통으로 끌리고 있다. 누르는 압력과 소리가 서로 다른 스위치 유형을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것은 물론, 3D 프린터로 제작된 독특한 디자인의 키캡으로 자유롭게 교체가 가능한 점이 젊은 층의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
"후줄근하던 남편, 알고보니 재산 숨긴 재벌 회장" #병원비가 필요했던 여성은 전과자로 알려진 남성과 급하게 결혼한다. 허름한 옷차림에 가족들에게조차 무시당하던 이 남자는 사실 막대한 재산을 숨긴 채 살아가는 비밀 억만장자다. 여성은 남편의 숨겨진 정체와 거짓말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다소 황당하고 유치한 설정 같지만 수억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미국에서 히트를 친 마이크로 드라마(초단편 드라마) '억만장자 남편의 이중생활'의 줄거리다. 러닝타임이 1분여에 불과한 마이크로 드라마는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세로형 포맷과 숨 돌릴 틈 없는 이야기 전개로 '틱톡 세대'를 공략하며 기존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출생비밀 등 막장전개…중국서 태동, 할리우드까지 눈독━마이크로 드라마는 모바일 환경에 맞춘 9대16 비율의 세로 화면 전용 콘텐츠다. 보통 50~100회 분량으로 제작되며, 한회 길이는 1~3분에 불과하다.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 재벌의 신분 감추기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막장형 전개가 특징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화려한 조명 아래 칵테일 잔을 부딪치는 대신 각자의 노트북 화면을 마주 보며 묵묵히 타이핑 소리를 채우는 청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온다. 누군가는 건강보험 서류를 정리하고, 누군가는 세금 신고를 하거나 넷플릭스 등 OTT 구독 서비스를 해지한다. "오늘은 친구들과 카드값 정산 파티", "와인 마시면서 이메일 200개 비우기" 같은 설명도 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어드민 나이트'(Admin Night) 현상이다. '어드민 나이트'는 행정 업무를 뜻하는 '어드민과 밤을 뜻하는 '나이트'의 합성어다. 기업에서 밀린 잡무를 처리하던 시간에서 유래한 것으로, 최근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새로운 사교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이전 세대가 친구들과의 모임을 유흥 중심으로 소비했다면, 현재의 젊은 세대는 '생산성'이라는 요소를 친목 관계에 추가하며 '어드민 나이트'를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다. ━"혼자선 못 한다"…젠지 사로잡은 '보디 더블링'━'어드민 나이트'의 인기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환자의 치료 전략으로 쓰이는 '보디 더블링'(body doubling) 심리학과 맞닿아 있다.
러닝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너들이 새로운 재미를 찾아 나섰다. 숨 막히는 아스팔트 위 기록 경합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자연과 교감하며 산길이나 숲길 등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록 경쟁은 지쳐…번아웃 러너들의 탈출구━일반 러닝이 도로나 트랙 위를 달리는 거라면 트레일 러닝은 비포장 산길 같은 자연 환경 속에서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러닝 인구가 늘면서 단순 기록 경쟁 대신 자연 속에서 러닝을 즐기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트레일 러닝이 도심 러닝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기록의 절대 비교가 어렵다는 데 있다. 같은 코스라도 완만한 흙길인지 험난한 산악 지대인지에 따라 기록이 달라진다. 또 그날그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타인이나 과거의 기록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 러너들에게 해방감을 준다는 평가다.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매번 예측 불가능한 자연과 마주하는 것 자체가 트레일 러닝의 가장 큰 매력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토니 리치는 지난 20년 동안 러닝을 취미로 삼았다.
"제 팬케이크가 지금 조리 중입니다. " 최근 SNS(소셜미디어)에는 식당도, 카페도 아닌 인형 매장에서 올라온 기이한 '조리 인증샷'이 넘쳐난다. 요리사 복장을 한 직원이 집게로 팬케이크 모양의 봉제 인형을 집어 들고, 가짜 오븐에 넣어 굽는 시늉을 한다. 이어 시럽을 뿌리는 퍼포먼스와 함께 "맛있게 즐기세요"라는 말과 함께 인형을 예쁜 종이봉투에 포장해 준다. 영국 봉제 인형 브랜드 '젤리캣'(Jellycat) 매장에서 벌어지는 이 퍼포먼스는 #JellycatDiner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SNS로 확산했다. 틱톡에서는 "내 크루아상이 구워지는 중", "내 팬케이크 준비 완료" 같은 문장이 하나의 밈(meme)처럼 소비된다. 최근 글로벌 소비 흐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에 돈을 쓰던 시대에서, 예측할 수 있는 만족과 정서적 안정에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1999년 런던에서 설립된 젤리캣은 부드러운 촉감과 단순한 디자인의 동물 인형으로 성장해 왔다.
미국 기술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 CEO 굿즈 열풍이 불고 있다. 젠슨 황의 얼굴이 박힌 스웨터가 24만원에 거래되고,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가 내놓은 팔머 럭키 CEO 스타일의 하와이안 셔츠는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기술이 권력이 된 시대, 기술 거물들의 카리스마와 서사를 소비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너드'에서 '브로'로…CEO 이미지의 대전환━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기술 콘퍼런스에 참가한 페이팔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하드빅 나하타(28)는 행사장 한 쪽에 마련된 굿즈 판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녹색 스웨터 전면에 젠슨 황의 얼굴이 새겨진 녹색 스웨터를 살지 말지 고민해서다. 가격은 178달러. 당시 엔비디아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젠슨 황은 실리콘밸리의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존재"라며 "그만이 가진 아우라가 있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과거 테크 CEO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매력은 없는 '너드(nerd)'에 가까웠다.
"오늘도 어김없이 '만취자' 당첨. 술도 안 마셨는데 정신은 왜 늘 숙취 상태인 걸까? #SBTI #오늘의멍청비용 #나만그래?" 중국의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다. ENFP, ISFJ 등 성격유형검사 MBTI의 결과인 알파벳 약어 대신 '만취자'라는 다소 황당한 타이틀이 적혀 있다. 이 게시물에는 자신의 어수룩한 실수를 고백하는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최근 중국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 사이에선 한 SNS(소셜미디어) 이용자가 만든 성격 유형 검사 'SBTI'가 인기를 얻고 있다. SBTI는 중국어로 '바보'를 뜻하는 비속어 '샤비'의 에스(S)와 MBTI의 합성어로, 자신의 '멍청함'을 유형별로 진단하는 이른바 '바보 MBTI'다. MBTI가 기업들의 채용 기준 등 '분석의 도구'로 변질한 것에 대한 피로감에 지친 젠지들이 자신을 희화화하는 SBTI에 열광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난으로 만든 '바보 MBTI', 新 비즈니스 모델로?━SBTI의 시작은 중국판 유튜브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Bilibili)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