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민자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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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줄근하던 남편, 알고보니 재산 숨긴 재벌 회장" #병원비가 필요했던 여성은 전과자로 알려진 남성과 급하게 결혼한다. 허름한 옷차림에 가족들에게조차 무시당하던 이 남자는 사실 막대한 재산을 숨긴 채 살아가는 비밀 억만장자다. 여성은 남편의 숨겨진 정체와 거짓말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다소 황당하고 유치한 설정 같지만 수억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미국에서 히트를 친 마이크로 드라마(초단편 드라마) '억만장자 남편의 이중생활'의 줄거리다. 러닝타임이 1분여에 불과한 마이크로 드라마는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세로형 포맷과 숨 돌릴 틈 없는 이야기 전개로 '틱톡 세대'를 공략하며 기존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출생비밀 등 막장전개…중국서 태동, 할리우드까지 눈독━마이크로 드라마는 모바일 환경에 맞춘 9대16 비율의 세로 화면 전용 콘텐츠다. 보통 50~100회 분량으로 제작되며, 한회 길이는 1~3분에 불과하다.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 재벌의 신분 감추기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막장형 전개가 특징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화려한 조명 아래 칵테일 잔을 부딪치는 대신 각자의 노트북 화면을 마주 보며 묵묵히 타이핑 소리를 채우는 청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온다. 누군가는 건강보험 서류를 정리하고, 누군가는 세금 신고를 하거나 넷플릭스 등 OTT 구독 서비스를 해지한다. "오늘은 친구들과 카드값 정산 파티", "와인 마시면서 이메일 200개 비우기" 같은 설명도 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어드민 나이트'(Admin Night) 현상이다. '어드민 나이트'는 행정 업무를 뜻하는 '어드민과 밤을 뜻하는 '나이트'의 합성어다. 기업에서 밀린 잡무를 처리하던 시간에서 유래한 것으로, 최근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새로운 사교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이전 세대가 친구들과의 모임을 유흥 중심으로 소비했다면, 현재의 젊은 세대는 '생산성'이라는 요소를 친목 관계에 추가하며 '어드민 나이트'를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다. ━"혼자선 못 한다"…젠지 사로잡은 '보디 더블링'━'어드민 나이트'의 인기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환자의 치료 전략으로 쓰이는 '보디 더블링'(body doubling) 심리학과 맞닿아 있다.
러닝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너들이 새로운 재미를 찾아 나섰다. 숨 막히는 아스팔트 위 기록 경합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자연과 교감하며 산길이나 숲길 등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록 경쟁은 지쳐…번아웃 러너들의 탈출구━일반 러닝이 도로나 트랙 위를 달리는 거라면 트레일 러닝은 비포장 산길 같은 자연 환경 속에서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러닝 인구가 늘면서 단순 기록 경쟁 대신 자연 속에서 러닝을 즐기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트레일 러닝이 도심 러닝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기록의 절대 비교가 어렵다는 데 있다. 같은 코스라도 완만한 흙길인지 험난한 산악 지대인지에 따라 기록이 달라진다. 또 그날그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타인이나 과거의 기록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 러너들에게 해방감을 준다는 평가다.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매번 예측 불가능한 자연과 마주하는 것 자체가 트레일 러닝의 가장 큰 매력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토니 리치는 지난 20년 동안 러닝을 취미로 삼았다.
"제 팬케이크가 지금 조리 중입니다. " 최근 SNS(소셜미디어)에는 식당도, 카페도 아닌 인형 매장에서 올라온 기이한 '조리 인증샷'이 넘쳐난다. 요리사 복장을 한 직원이 집게로 팬케이크 모양의 봉제 인형을 집어 들고, 가짜 오븐에 넣어 굽는 시늉을 한다. 이어 시럽을 뿌리는 퍼포먼스와 함께 "맛있게 즐기세요"라는 말과 함께 인형을 예쁜 종이봉투에 포장해 준다. 영국 봉제 인형 브랜드 '젤리캣'(Jellycat) 매장에서 벌어지는 이 퍼포먼스는 #JellycatDiner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SNS로 확산했다. 틱톡에서는 "내 크루아상이 구워지는 중", "내 팬케이크 준비 완료" 같은 문장이 하나의 밈(meme)처럼 소비된다. 최근 글로벌 소비 흐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에 돈을 쓰던 시대에서, 예측할 수 있는 만족과 정서적 안정에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1999년 런던에서 설립된 젤리캣은 부드러운 촉감과 단순한 디자인의 동물 인형으로 성장해 왔다.
미국 기술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 CEO 굿즈 열풍이 불고 있다. 젠슨 황의 얼굴이 박힌 스웨터가 24만원에 거래되고,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가 내놓은 팔머 럭키 CEO 스타일의 하와이안 셔츠는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기술이 권력이 된 시대, 기술 거물들의 카리스마와 서사를 소비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너드'에서 '브로'로…CEO 이미지의 대전환━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기술 콘퍼런스에 참가한 페이팔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하드빅 나하타(28)는 행사장 한 쪽에 마련된 굿즈 판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녹색 스웨터 전면에 젠슨 황의 얼굴이 새겨진 녹색 스웨터를 살지 말지 고민해서다. 가격은 178달러. 당시 엔비디아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젠슨 황은 실리콘밸리의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존재"라며 "그만이 가진 아우라가 있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과거 테크 CEO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매력은 없는 '너드(nerd)'에 가까웠다.
"오늘도 어김없이 '만취자' 당첨. 술도 안 마셨는데 정신은 왜 늘 숙취 상태인 걸까? #SBTI #오늘의멍청비용 #나만그래?" 중국의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다. ENFP, ISFJ 등 성격유형검사 MBTI의 결과인 알파벳 약어 대신 '만취자'라는 다소 황당한 타이틀이 적혀 있다. 이 게시물에는 자신의 어수룩한 실수를 고백하는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최근 중국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 사이에선 한 SNS(소셜미디어) 이용자가 만든 성격 유형 검사 'SBTI'가 인기를 얻고 있다. SBTI는 중국어로 '바보'를 뜻하는 비속어 '샤비'의 에스(S)와 MBTI의 합성어로, 자신의 '멍청함'을 유형별로 진단하는 이른바 '바보 MBTI'다. MBTI가 기업들의 채용 기준 등 '분석의 도구'로 변질한 것에 대한 피로감에 지친 젠지들이 자신을 희화화하는 SBTI에 열광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난으로 만든 '바보 MBTI', 新 비즈니스 모델로?━SBTI의 시작은 중국판 유튜브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Bilibili)다.
강한 턱선을 위해 망치로 턱뼈를 내리치고 볼을 쏙 들어가게 하기 위해 마약을 복용한다? 최근 미국 10~20대 남성들 사이에서 가장 뜨겁고도 기괴한(?) 트렌드는 단연 룩스맥싱(Looksmaxxing)이다. 룩스맥싱은 외모라는 뜻을 가진 '룩스(looks)'와 극대화한다는 뜻의 '맥싱(maxxing)'의 합성어다. 외모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자는 온라인 문화를 일컫는다. 룩스맥싱이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타고 미국 남성들을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화려한 외모 경쟁 뒤에 불안과 혐오의 정서가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채드부터 서브휴먼까지…외모 서열화━룩스맥싱에 빠진 사람들을 룩스매서라고 부른다. 이들은 눈 사이의 거리와 턱에서 목으로 이어가는 각도를 잰다.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치를 계량화하듯 자신의 외모를 계량화해 서로 경쟁하기 위해서다. 룩스맥싱은 단순 관리에서 위험한 신체 개조까지 범위가 넓다. 소프트맥싱의 경우 운동, 식단, 스킨케어 정도의 자기 계발 영역이라면 하드맥싱은 훨씬 가혹하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늘어난 체중을 줄이고, 건강해 보이는 '좋은 몸'을 만들고…. 현대인의 운동 목적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바디 프로필'은 운동 유행의 한 정점을 이뤘다. 이를 위해 몇 달씩 닭가슴살과 고구마로 식단을 버티며 체지방을 낮추고, 개인 PT를 받으며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린 뒤 화려한 조명 아래 가장 완벽한 몸을 사진으로 남겼다. 하지만 최근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HYROX) 경기장으로 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5일 업계와 외신 분석에 따르면 하이록스는 단순한 운동 대회를 넘어,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새로운 운동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하이록스는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올림픽 하키 챔피언 모리츠 퓌르스테와 크리스티안 퇴츠케가 만든 실내 피트니스 대회다. 8km 달리기와 8개 운동 스테이션(종목)을 결합한 방식으로, 참가자는 1km를 달린 뒤 썰매밀기·런지 등 1가지 운동을 수행하는 과정을 8차례 반복한다.
'홈워드 바운드'라는 영화가 있다.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로 반려동물의 충성심과 우정을 보여준다. 최근 '중국판 홈워드 바운드'가 SNS를 뜨겁게 달궜다. 중국 지린성의 한 도로에서 찍힌 영상으로 셰퍼드, 웰시코기, 골든리트리버 등 서로 다른 개 7마리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웰시코기가 대열의 맨 앞에서 뒤를 살피며 무리를 이끌었고 몸집이 큰 골든리트리버는 도로에서 차들로부터 동료들을 보호하려는 듯 바깥쪽에서 걸었다. 동료들은 다친 것으로 보이는 셰퍼드를 세심히 보살폈다. 이 개들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트럭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집을 찾아가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전 세계 누리꾼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중국의 개고기 식용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감동 드라마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짜'였다. ━영상은 사실…서사는 허구━팩트부터 확인하자면 영상은 실제 상황이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지린성의 한 도로 위를 걷던 7마리의 개를 영상으로 찍었다.
"내 토스트가 방금 미슐랭 스타로 승격됐다. " 영국의 스타 셰프 토마스 스트레이커가 론칭한 버터 브랜드 '올 띵스 버터(All Things Butter)' 틱톡 영상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다. 토스트에 사용한 버터가 그만큼 '고급지다'는 뜻이다. 올 띵스 버터 외에도 '버터계 에르메스'로 불리는 프랑스 보르디에는 세계 주요 도시에 연일 품절 대란을 일으킨다. 노란 버터 덩어리일 뿐이지만 감각적인 디자인의 포장지는 향수 패키지를 연상케 한다. 이른바 프리미엄 식재료가 글로벌 젠지(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들의 새로운 '위시리스트'로 등극했다. 경기 불안과 고물가 속에서 이들이 지갑을 여는 대상은 더 이상 '소유'의 상징인 명품 가방이 아니다. 한 끼 식탁 위에서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버터, 허브 등이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부담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외식·여행·명품에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다. 그렇다고 소비를 완전히 멈추자니 삶이 팍팍하다. 여기서 탄생한 타협점이 바로 '저가 럭셔리'(Affordable Luxury)다.
#2020년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상하이 푸단대학교 학생 리토 첸(24)은 저축한 돈을 끌어모아 애널리스트들이 안전자산이라 치켜세우던 주류 회사 같은 우량주에 투자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종잣돈은 증발했고 금융 전문가들도 더는 믿지 않게 됐다. 그리고 그는 2024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증시에 복귀했다. 인공지능(AI) 챗봇 '키미'와 '지푸', SNS의 집단지성을 등에 업었다. 첸은 AI와 온라인 친구들이 추천한 기술, 방산, 채굴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이전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 수익을 거뒀다. 첸은 앞으로 종목 선정에 AI를 더 많이 활용할 계획이다. 젊은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중국 증시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에 따르면 이들은 '샤오덩'으로 불린다. 샤오덩은 '어린애들'이란 의미로, 젊고 기술에 능숙하며 기성세대의 룰을 따르지 않는 신세대를 일컫는다. 기성세대의 투자 공식을 거부하는 이들은 14조달러(약 2경) 규모의 중국 증시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새로운 투자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레드면 좋아요, 블루면 공유. " 최근 틱톡, X 등 SNS(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영상의 문구다. 화면에는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나뉜 학교 이름 목록이 빠르게 지나가고, 배경음악은 전투 게임을 연상시키는 효과음으로 채워진다. 댓글 창에는 "레드(Red)가 이긴다", "블루(Blue) 금요일에 보자"는 글이 줄줄이 달린다. 이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10대들의 단순한 장난처럼 보이지만, 영국 학교들은 이 '놀이'를 가볍게 넘기지 못하고 있다. 붉은색과 파란색, 색깔 2개로 시작된 이 온라인 밈(meme)이 학생들 사이의 대립 구도로 번지며 실제 충돌 우려가 커졌기 때문.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10대들 사이에선 지역 내 중·고등학교를 '레드'와 '블루' 진영으로 나뉜 뒤 누가 더 강한지 대결하는 이른바 '학교 전쟁'(School War)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별한 논리나 역사적 배경 없이 학교를 두 진영으로 나누고 서로를 비방하는 온라인 밈으로, 지역의 이름을 붙여 런던 전쟁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