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사진)과 미 재무부가 미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 장기채 발행 축소 시사, 베선트 장관의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옹호 발언 등을 두고 월가 트레이더들과 시장 전략가들 사이에서 이 같은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연방의회 권력 재편이 달린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채 금리 안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특히 최근 미일 외환당국의 엔화 부양 공동 개입 의도에 주목했다. 당시 베선트 장관이 표면적으로는 엔저에 따른 아시아 통화 동반 약세와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재현 우려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일본이 자국 물가 방어를 위해 엔화 가치 부양에 나서면서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사태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다.
미일 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매수하는 공조 개입을 단행했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이 미 국채를 직접 처분하지 않고도 달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연준에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 기구' 이용 한도를 대폭 확대해 줄 것도 공식 요구했다.
재무부가 지난주 발표한 국채발행계획 분기보고서에서 향후 발행량과 관련해 기존의 '잠재적 증가'라는 표현 대신 '잠재적 변화'라는 문구를 쓴 것을 두고도 채권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기국채 발행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 강력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채권 발행량이 줄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는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5.28%까지 치솟으며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입장에서 장기 금리 상승은 금융 불안과 주택시장 경색을 자극하는 치명적인 정치적 부담이다.
지난달 29일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워시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베선트 장관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짚었다. 워시 의장이 당시 회견에서 물가안정 대응이라는 원칙론만 되풀이한채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장기국채 금리가 치솟자 베선트 장관은 이달 5일 CNBC에 출연해 "시장이 연준의 가이드라인 남발로부터 일종의 '해독'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며 워시 의장을 두둔하고 시장 불안 달래기에 나섰다.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원포인트 BFG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기 금리 상승으로 미국채 시장의 취약성이 극에 달하자 해외 보유자들에게 '제발 팔지 말라'고 간청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UBS의 피비 화이트 미국금리전략 책임자는 "재무부의 개입 조치가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 금리 폭등을 막기 위해 모든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의지는 확실히 보여준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