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이 2주 만에 처음으로 장중 배럴당 90달러까지 올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전일 대비 1.4% 오른 배럴당 88.9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9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배럴당 90달러 돌파는 7월31일 이후 약 2주 만에 처음이다. 아시아 거래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면 한국시간 오후 3시20분 현재 배럴당 89.95달러 부근에서 거래 중이다.
국제유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항로에 관한 이란과 오만의 협상이 임박했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며 단기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논의가 난항을 겪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은 해협 재개방 조건을 두고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전쟁 피해 배상과 동결 자산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과거 폭탄테러 공격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이란 당국은 미국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 한 해협을 계속 폐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진다.
NYT는 무역정보 플랫폼 케이플러의 데이터를 인용하며 현재 극소수의 선박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이전에는 매일 약 130척이 해협을 통과했으며,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5분의 1을 담당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수출 경로로 부상한 홍해도 위협받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지난달 20일 홍해 인근의 사우디 선박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하고 11일엔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이집트 회사 소유의 화물선에 미사일을 발사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사망했다.
글로벌 에너지 핵심 운송로 봉쇄가 조만간 풀리지 않을 거란 회의론 속에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키어런 톰킨스는"공급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에는 훨씬 높은 가격으로 재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 전략비축유(SPR) 재고는 4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도 변수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지난 2월 하루 1170만배럴이었던 원유 수입량을 5월에는 900만배럴 미만으로 줄였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발 공급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회복했다.
영국의 리서치 기업 에너지 애스펙트의 설립자 암리타 센은 합의 조짐만 보여도 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동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유시장의 수급 여건만 놓고 보면 유가 상승 압력이 더욱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