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통항료 16배 폭등…이란 전쟁·역대급 엘니뇨 '겹악재'

파나마 운하 통항료 16배 폭등…이란 전쟁·역대급 엘니뇨 '겹악재'

백소희 기자
2026.08.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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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 컨테이너선 /AP=뉴시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 컨테이너선 /AP=뉴시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핵심 해상 교통로인 파나마 운하 선박 통항권 경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통행량이 급증한 데다 엘니뇨 현상에 따른 가뭄이 겹친 영향이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 주요 갑문의 우선 통행권 낙찰가가 이달 들어 평균 약 110만달러(약 15억5000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배 넘게 뛴 수치다.

원자재 가격정보업체 아거스(Argus)에 따르면 대형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대형 갑문 통항권 가격은 약 25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액화석유가스(LPG), 액화천연가스(LNG), 원유·정제유 등을 실어나르는 1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네오파나막스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통항권 가격은 최고 378만달러까지 치솟았다.

대형 컨테이너선 소유주들은 일일 경매보다 고정가격으로 미리 예약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전체 운하 통행량의 최대 30%는 사전 예약 없이 일일 경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파나마 운하 통항료 급등은 지난달 파나마운하관리청(ACP)이 선박의 흘수(수면 아래 잠기는 깊이)를 제한하면서 시작됐다. 선박 운항 가능 수심은 평소 50피트에서 9월3일까지 47.5피트로 낮아질 예정이다. 수심이 얕아지는 만큼 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도 줄어든다. FT는 이번 조치가 가격 인상은 물론, 최대 50마일(80㎞) 길이의 병목 현상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 3일 기준 운하 통과를 기다리는 선박은 약 113척으로, 1월 2일(40척)보다 크게 늘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과 엘니뇨 현상으로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수위 저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로 흘러드는 인공호수 가툰호 수위는 가뭄이 극심했던 2023년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통항량 감소 우려까지 겹치면서 가격은 계속 치솟는 상황이다. 파나마운하관리청 대변인은 "이번에 발표된 조정안이 일일 선박 통항 횟수 자체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 제한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겹친 상황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또 다른 핵심 해상 교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우회 물동량이 파나마 운하로 몰린 탓이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구매자들은 미국 걸프 해안산 원유·석유제품 구매를 늘렸다. 이는 파나마 운하를 통한 운송 수요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로스 그리피스 아거스 미주 화물가격 책임자는 "현재 문제는 수위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5월부터 12월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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