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파견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일본에 배치됐던 조지 워싱턴함으로 교체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링컨함이 9개월 넘게 해상에 머물면서 생활 여건이 악화됨은 물론 승조원들의 피로가 한계에 이르렀단 우려가 커지면서다.
링컨함은 지난해 11월 샌디에이고 모항을 출항해 서태평양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올해 이란과 긴장이 고조되면서 1월 말 중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2월말 미국의 이란 공습에 참여했으며 이란 항구 봉쇄 작전을 수행해왔다.
문제는 링컨함이 너무 오랫동안 바다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괌에 마지막으로 정박한 뒤 링컨함은 250일 넘게 파병 상태로 무려 200일 동안 한번도 기항하지 않았다. 역대 항모 가운데 가장 긴 해상 체류 기록이다.
통상 항모는 장기간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중간중간 항구에 들른다. 연료와 식량·생활용품을 보충하고 함정을 정비하고 승조원들이 육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링컨함은 사실상 이런 재충전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 결과 함정 내부의 생활 여건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미국 매체 MS나우는 이달 앞서 링컨함 승조원들이 식량, 치약, 비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처드 블루멘털 민주당 상원의원은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기본 생필품 부족, 식수 오염, 배관 문제, 정신 건강 악화, 갑판 안전 문제, 우편 시스템 마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광범위하게 보고됐다"면서 "고국에서 보낸 위문품이 수개월 동안 배에 도착하지 않거나 운송 과정에서 분실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초에는 링컨함에서 승조원 한 명이 바다에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승조원은 곧바로 구조됐지만 장기간 항해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다만 미 전쟁부는 링컨함 상황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입장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13일 기자들을 만나 링컨함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잘못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 관계자도 링컨함에서 승조원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특별히 증가한 것은 아니며 자살 충동이나 시도도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선 항모가 전시에 장기간 항구에 들르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장기간 육지와 단절된 채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승조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점은 미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일본에 있던 워싱턴함이 중동을 향함에 따라 태평양에서 미군의 군사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함은 최근까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핵심 전력으로 남중국해를 순찰했다.
국가안보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선임 연구원은 "조지 워싱턴함은 평소 태평양에서 순찰 활동을 벌이며 필리핀과 일본 등 동맹·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결의를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면서 워싱턴함이 중동으로 이동함에 따라 중국을 견제할 태평양 전력이 줄어드는 전략적 기회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링컨함을 워싱턴함으로 교대한다고 해서 해군 항모 전력의 부담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미 해군이 보유한 현역 항모는 11척뿐이다. 항모는 장기간 작전을 마치면 정비를 위해 조선소에 들어가야 한다. 결국 한 척을 중동으로 보내면 다른 지역의 전력 공백이 생기고, 이를 메우기 위해 또 다른 항모의 작전 기간을 늘려야 한다. 그러면 해당 항모의 정비 일정이 밀리고, 결국 전체 항모 전력의 대비태세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으로 인해 해군 항모 전력이 정상적인 대비태세를 회복하는 데 최장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부와 서부 해안에 있는 항모 여러 척이 동시에 정비를 필요로 하게 되면 수리 대기 행렬이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