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인공지능(AI)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월가 자산운용사들이 새로 배출될 신흥 AI 부자들을 선점하기 위한 쟁탈전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가 금융사들은 미래의 고액 자산가를 붙잡기 위해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거나 수임 최소 조건을 없애며 미리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모간스탠리가 스페이스X 상장 당시 임직원 주식 보상 관리를 통해 740억달러(약 105조원) 이상의 순신규자산을 유치한 바 있어 앤트로픽과 오픈AI의 IPO는 자산운용업계에 놓칠 수 없는 빅 이벤트로 꼽힌다.
앤트로픽과 오픈AI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더구나 앤트로픽과 오픈AI는 상장 시 스페이스X보다 더 많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앤트로픽은 오는 10월 상장이 예상되며 오픈AI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두 회사의 상장은 실리콘밸리에 역대급 신 부자 탄생을 예고한다. 오픈AI의 경우 2024~2025년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주식 보상 규모가 약 110억달러에 달한다. 전체 임직원이 약 8000명에 불과하지만 미국 상장사 전체와 비교해도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걸어 다니는 대형 고객'을 잡기 위해 월가는 과거처럼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미리미리 임직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아직 없는 직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등장했다. 자산운용 계좌 개설을 위한 최소 금액 기준을 없애는가 하면 비상장 주식에는 운용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세금이나 주식보상 관련 자문료만 청구하는 식이다.
통상 운용자산의 약 1%를 받는 자산관리 수수료도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코레오자산운용은 100명이상의 스페이스X 전·현직 직원들과 협상해 수수료를 0.5% 미만으로 낮췄다. 자산운용사인 머서 어드바이저스의 제시카 카루소 최고경영파트너는 "고객들이 당장 현금성 자산이 없더라도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면서 "현재 자산 규모가 아니라 향후 갖게 될 자산을 고려해 수수료를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월가는 AI 신흥 부자들의 성향에 맞춰 자산관리 서비스도 차별화하고 있다. AI 신흥 부자들은 전용기나 요트, 컨시어지 같은 전통 부유층의 사치성 서비스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보다는 주로 세금 관리나 자선 사업, 새로운 스타트업 투자 및 창업 자금 조달 등이 핵심 문의 대상이다.
머서 어드바이저스는 자산 조건을 채우지 못한 일부 AI 기업 임직원들에게도 이미 패밀리 오피스급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밝혔다. 코레오의 제이슨 반 데 루 최고경영자(CEO)는 "부를 과시하는 소비보다는 기술 생태계 재투자와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실리콘밸리 공학도 특유의 가치관과 성향이 자산관리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