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입한 미 재무부...엔화가 아닌 미 국채를 구했다

김하늬 기자
2026.08.16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28년 만의 미·일 협조개입의 이면, 관세가 만든 엔저를 당사국이 수습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전일 야간 외환시장부터 달러·원, 달러·엔 환율이 급락한 3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전광판에 주요국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로이터,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3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대규모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실시했고, 한국 외환당국도 비슷한 시각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원화 방어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개입이 미국과의 공조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한일 양국이 동시에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2026.7.3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미국이 엔화를 샀다. 일본 정부의 엔화 가치 방어에 미 재무부가 직접 동참한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 국면이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엔화를 사는 쪽에 선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

공식 명분은 엔화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 3일 담화를 내고 "미국 동부시간 7월 31일 미 재무부와 협조해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같은 날 "금요일의 공동 외환 조치는 엔화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 좋은 관계이기 때문"이라며 "엔화가 약세였고 일본에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입을 단순한 동맹 지원 이상으로 보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이 단독으로 엔화를 방어하려면 외환보유액 내 달러자산을 동원해야 한다. 일본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은 미 국채 등 달러표시 증권으로 운용된다. 일본의 반복적인 엔 매수 개입은 미 국채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 하나의 배경은 미국의 통상정책이다. 미·일 무역합의에서 일본은 미국 전략산업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외환시장에서 이 약속은 장래의 달러 수요로 읽힌다.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이 미국에 투자하려면 달러를 조달해야 하고, 그 과정은 엔 매도 압력으로 이어진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에서는 미국의 이번 엔화 매수 개입을 환율시장 이벤트인 동시에 배경에 놓인 통상정책, 달러자금 수요, 일본의 외환보유액 운용, 미국 장기금리까지 연결해 분석했다.

돌발 개입이 아니었다...제도의 작동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협조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건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엔 동일본대지진 직후 엔화 급등을 막기 위한 엔 매도 개입이었다.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주요국이 엔화 강세를 완화한 것이다. 미국이 엔화를 '사는' 방향으로 일본과 손잡은 것은 1998년 6월 이후 28년 만이다.

7월31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앞에 놓인 메모장에 "할 일: 일본 엔화 50억~100억달러 매수"라고 적혀 있다./로이터=뉴스1

2026년의 미국은 엔저 현상이 일본 국내 문제를 넘어 미국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관리하려 했다는 차이가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8년 당시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이 공동 개입을 꺼렸고 양국의 호흡도 맞지 않아 환투기 세력에 공격당했던 반면, 이번에는 베센트 장관이 주도적 역할을 맡았고 양국의 결속도 굳건하다고 짚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미 재무부가 일본을 돕는 동시에 일본의 미 국채 매도 가능성을 낮추려는 워싱턴의 방어전으로 평가했다. 공개 확인 방식도 달라졌다. 외환당국은 통상 개입에 침묵한다.

2022년 간다 마사토 당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일본의 '개입 비확인' 방침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미·일 양국 재무장관이 나란히 성명을 내고 개입을 공개 확인했다. 즉흥적 변화가 아니다.

2025년 9월 11일(현지시간)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시장 상황에 대응할 때로 한정하기로 합의하는 동시에, 최소 월 1회 이상 모든 외환개입의 실시 상황을 공표하기로 약속했다. 일본 재무성 역시 이번 개입이 이 공동성명에 따른 조치라고 명시했다. 이번 개입이 돌발적 시장 개입이라기보다 지난해 미·일 간 합의된 원칙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로 평가되는 이유이자, 시장이 이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제도의 작동으로 받아들인 이유다.

사상 최대 개입도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일본은 미국이 동참하기 전 이미 대규모 단독 개입을 실시했다.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미국과 일본 재무당국이 공동 성명을 통해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사실을 발표한 3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31일 엔화 매수 공동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이번 조치가 지난해 9월 발표된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2026.8.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일본 재무성이 지난 7일 공표한 4~6월 일별 실적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4월 30일과 5월 4일, 5월 6일 세 차례에 걸쳐 총 11조7349억엔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4월 30일 하루 개입액은 6조2787억엔으로 엔 매수 개입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개입 직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엔 수준까지 내렸지만 이후 다시 160엔 안팎으로 복귀했다. 7월 하순엔 164엔에 육박하며 엔화 가치는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7월 30~31일 미일 양국의 개입은 이 연장선에 있다.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BOJ)의 익일 자금과부족 자료를 근거로 일본 정부가 30일에 6~7조엔, 31일 약 5조엔 등 이틀간 11~12조엔 규모의 엔 매수를 실시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측 물량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31일 캠프데이비드 각료회의 현장에서 로이터 통신 카메라에 포착된 베센트 장관의 메모에는 "일본 엔화 50억~100억달러 매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엔/달러 환율은 7월 30일 기준 163.73엔에서 31일 157.57엔으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고, 8월 4일 장중에는 155엔대까지 내려갔다. 미국이 동참했다는 신호가 엔화 약세 포지션 청산을 유도한 결과로 해석된다.

관세가 만든 엔저, 관세 당사국이 막으러 나왔다

엔저 현상의 발원지를 미국의 통상정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23일(현지시간)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양국 무역협상을 타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백악관은 X에 이 사진을 게재하며 '일본과 대규모 협상(Massive Deal with Japan)' 문구를 달아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백악관 X, 재판매 및 DB금지) 2025.7.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2025년 7월 미·일 무역합의는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일본이 반도체·에너지·핵심광물 등 미국 전략산업에 최대 5500억달러를 투자하는 구조였다. 올해 7월 미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60개국에 신규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일본은 기존 관세 합산 12.5% 상한을 적용받는 조건으로 5500억달러 계획의 지속을 요구받았다.

이 약속을 집행하려면 일본 금융기관이 대규모 달러를 조달해야 하고, 달러 조달은 그 자체로 엔 매도다. 일본 금융권이 대미 투자 이행 과정의 달러 수요가 오히려 엔저를 가속할 위험을 공개적으로 우려해온 이유다. 외환시장은 실제 인출보다 먼저 수요를 가격에 반영한다. 5500억달러라는 숫자의 존재만으로 엔화에는 상시 매도 압력이 걸린다.

여기에 미·일 금리차, 중동발 유가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확장 재정 기대가 겹치면서 엔화는 7월 하순 달러당 164엔에 육박해 1986년 이후 최저로 밀렸다.

역설은 이 지점에서 만들어졌다. 미국이 통상 협상으로 만들어낸 달러 수요가 엔저를 밀어올렸고, 미국은 그 엔저가 자국 시장으로 번지자 직접 개입에 나선 것. 물론 엔저를 모두 관세 합의의 결과로 돌릴 수는 없다. 미·일 금리차는 여전히 핵심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금리가 일본은행 금리보다 높은 한 엔화를 빌려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유인은 남아있다. 에너지 수입 부담도 일본의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 확장 재정 기대 역시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워싱턴이 방어한 것은 엔화가 아니라 미 국채였다

이번 개입으로 미국이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는 채권시장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미 재무부 국제자본수지(TIC) 통계 기준 일본은 올해 5월 말 현재 1조1431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한 최대 외국인 보유국이다. 영국(9486억달러)과 중국(6593억달러)을 웃돈다. 일본이 단독으로 엔화를 방어하려면 외환보유액 내 달러자산을 현금화해야 하고, 그 중심에 미 국채가 있다. 이미 신호는 나왔다.

2026년 1분기 일본 투자자의 미 국채·기관채·지방채 순매도는 4조6700억엔으로 2022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였다. TD이코노믹스는 이 속도가 지속되면 중기적으로 미 10년물 금리를 20~50bp(1bp=0.01%포인트) 밀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시점도 공교롭다. 지난달 29일 연방준비제도(Fed)가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직후 미 10년물은 4.7%를 상회했고 30년물은 5.21%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장기금리 상승이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조달비용으로 번지는 국면에서 일본발 추가 매도는 방치하기 어려운 변수로 읽힌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루이스 루 아시아경제 총괄은 일본이 단독 개입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대량 처분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 미국 참여의 "핵심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센트 장관의 설명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지난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아시아 통화가 엔화와 연동돼 움직인다",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역시 급격한 엔화 약세가 발단이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 통화가 동반 약세로 가면 역내 통화당국의 달러자산 매도 유인이 커지고, 그 끝에도 결국 미 국채가 있다. 국채시장 방어와 아시아 전염 차단은 별개의 동기가 아니라 하나의 회로다. 미국이 개입 재원으로 달러가 아닌 유로를 쓴 것도 이 국채 방어 논리와 맞닿아 있다.

달러 대신 유로를 팔았다…미국은 왜 청구서를 유럽에 돌렸나
(프랑크푸르트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후 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기자들에게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2026.6.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프랑크푸르트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이번 개입에서 가장 이례적인 대목은 집행 방식이다. 통상 엔 매수 개입은 달러를 팔고 엔을 사는 구조다. 그러나 미국은 달러가 아니라 유로를 팔았다. 달러를 직접 매도하면 강달러 정책과 충돌하고 달러 약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반면, 유로 매도·엔 매수는 달러시장에 대한 직접 충격을 줄이면서 엔화 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개입의 편익은 일본이 가져가고 비용의 일부는 유로존이 떠안은 구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미 재무부를 대신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유로를 매도하고 엔을 매입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거래가 끝난 뒤에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FT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베센트 장관은 거래가 완료된 다음날인 8월 1일에서야 이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 ECB 고위 관계자들은 FT에 "매우 충격적이고 유감스러운 일", "이런 일은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는 말로 당혹감을 내비쳤다. 미국이 개입 재원으로 유로화를 동원한 것을 서방 통화당국 간 협력에 관한 오랜 관례를 깬 전례없는 행위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미 재무부는 조율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무부 대변인은 FT에 "ESF 내 준비자산 배분은 재무부가 결정하며, 시장 유동성과 자산가치 등에 대한 재무부와 연준의 판단을 고려한다"며 "해당 권한에 따라 지난주 ESF 내 준비자산을 재배분했다"고 밝혔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협조개입이 전통적으로 달러 자산으로 조달돼온 만큼 이런 변칙이 오히려 미국 참여의 실효성을 훼손하며, 왜 달러로 조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시장에 계속 남긴다고 지적했다.

회의론이 우세한 이유

시장이 이번 개입을 강한 신호로 받아들이면서도 지속성을 의심하는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미국의 가용 실탄이 제한적이다. JP모건은 6월 기준 미 재무부 외환안정기금(ESF)의 유동성 자산을 유로화 표시 130억달러와 달러 자산 255억달러를 합친 385억달러로 추산했다. 일본이 2022년 이후 회당 동원해온 350억~600억달러에 못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전환하면 이론상 1870억달러까지 가능하지만, 추가 자금 조달에는 의회의 예산 승인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베센트 장관 메모에 적힌 것으로 알려진 50억~100억달러 규모는 이 범위 안에 있다. 그러나 일본의 개입 규모와 비교하면 크지 않다.

둘째, 재무부 단독 행위로 보기 어렵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개입용 외화를 역사적으로 연준 공개시장계정(SOMA)과 재무부 ESF에서 균등하게 조달해 왔다. 2011년 G7 개입 당시에도 미국분 10억달러는 연준 공개시장계정과 재무부 외환안정기금에 균등 배분됐다. 이번에도 뉴욕 연은이 재무부를 대리해 거래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추가 개입은 재무부와 연준의 관계 설정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

셋째, 금리차라는 펀더멘털이 그대로다. 연준 정책금리는 3.50~3.75%인 반면 BOJ는 1%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나가이 시게토는 미국 금리에 맞서려면 일본이 약 2.5%포인트를 올려야 하고, 미국의 조치가 임시방편임을 트레이더들도 알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BOJ가 물가 상방 위험을 의식하면서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시장에서 60%대 중반까지 높아진 상태이고, 10월까지의 인상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미 연준의 9월 경로는 금리 인하와 인상 리스크가 함께 거론될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 미·일 금리차가 좁혀질지는 두 결정이 어떻게 맞물리는가에 달려 있다.

넷째, 무엇보다 되돌림이 이미 진행 중이다. 협조개입 직전 163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8월 초 155엔대 초반까지 사흘 만에 7엔 넘게 급락했지만, 이후 5거래일 만에 하락폭의 절반 이상을 되돌렸다. 8월 6일 158엔대를 회복했고, 7일에도 158엔대에서 거래를 마쳤으며, 11일에는 다시 159엔대로 올라서며 160엔선을 위협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개입에 대한 시장 반응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여건이나 정책 변화가 없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엔화 약세 압력이 다시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기업의 실수요 달러 매수와 재정·통화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가 투기세력 청산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98년 공동개입 당시에도 146엔대였던 환율이 두 달 만에 147엔으로 되돌아간 전례가 있다. 결국 환율의 추세 전환은 BOJ 정책과 미국 금리 경로에 달려 있다는 지적 속에, ING는 이번 조치를 160엔 상단을 막는 '봉쇄 작전'으로 규정하며, 미국 지표 둔화와 국채금리 하락, 더 매파적인 BOJ 없이는 155엔 아래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되돌림 속도를 감안하면 이 진단은 이미 현실화하는 중이다.

한국은

한국은 이 구도의 바깥에 있지 않다. 엔화는 아시아 통화 약세의 기준점처럼 움직일 때가 있다. 엔저가 심화되면 원화도 동반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고, 한·일 경쟁 업종의 가격경쟁력에도 영향을 준다. 베센트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엔화 약세로 한국 원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원화에서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했다"며 원화를 직접 언급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환율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도 "한미일 3국 외환당국이 공조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원화 강세를 공조 효과 하나로만 해석하긴 어렵지만, 영향권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7월 한 달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은 8.81%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0.88%) 이후 월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1416.0원까지 내렸다.

다만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조달액 최대 265억달러 가운데 130억~165억달러가 환전되면서 환율을 45~57원 낮춘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기업 달러 매도와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따른 달러 약세도 겹쳤다. 주목할 것은 한·일이 각각 확보한 문서의 성격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2025년 9월 11일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은 '개입'을 명시했다. 개입은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되 절하와 절상 대응 모두 동등하게 적절하다고 명시했고, 양국은 최소 월 1회 이상 모든 개입의 실시 상황과 IMF 기준 외환보유액·선물환 포지션을 공표하기로 약속했다.

개입이라는 저량(축적된 외환보유액을 동원하는 일회성 대응) 대응의 근거이자 공조의 틀이다. 2025년 11월 14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는 '속도'를 다룬다. 8개 항목 중 하나로 '외환시장 안정'을 별도 배치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패키지 중 현금 납입분 2000억 달러가 "한국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상호 이해를 명문화했고, 한국이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액수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양해각서(MOU)에는 자금 납입을 투자처 선정 통지일로부터 최소 45영업일 이후로 하고,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면 납입 시기나 규모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도 담겼다.

투자자금이라는 유량(매년 흘러나가는 자금의 속도)을 조절하는 근거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개입이 드러낸 한계에 비춰 보면 한국이 확보한 쪽이 더 근본적인 처방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은 개입의 틀을 얻었으나 유량을 조절할 장치는 갖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의 장치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미국의 투자금 납입 요청을 이행하지 못하면 미국이 한국이 받을 이자를 대신 수취하고 관세가 인상될 수 있다. 조정 요구권은 있으나 거부권은 아니다.

미국이 ESF를 지정학적 도구로 상시화하는 흐름에서, 한국이 가진 것이 방패인지 청구서인지는 첫 캐피털콜이 도래하는 시점에 판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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