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대신 중국어 '츠위안' 쓰자…中, AI 기술 담론 주권경쟁 시동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8.19 05:31
딥시크 로고 . 2026.4.24. ⓒ 로이터=뉴스1

중국 관영 매체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관련 영어 용어 사용을 줄이고 표준화된 중국어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관영 인민일보는 과학기술 담론 주도권이 다른 국가로 넘어갈 수 있다며 교육과 정책 홍보 등에 표준 중국어 번역어를 적극 보급해야 한단 주장을 내놨다.

인민일보는 최근 논평을 통해 "수많은 AI 관련 영어 용어가 현지화된 번역을 거치지 않은 채 대중매체와 일상 소통의 영역에 유입되고 있다"며 "이는 대중의 언어 습관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담론 주도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고 모국어 체계가 약화되는 심층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Token(토큰), Agent(에이전트) 등 영어 AI 용어는 중국어가 가진 의미 전달 구조와 문화적 맥락이 부족해 대중이 첨단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문턱을 높이고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키며 점차 중국어 체계의 완전성과 계승성을 약화시킨다는 설명이다.

인민일보는 "(무엇보다)외래 용어에 장기간 의존하고 서구 중심의 개념 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중국의 과학기술 인식은 기존 틀 안에 갇히게 되고 중국의 현실에 맞는 독창적인 과학기술 이론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며 "이러한 인식 차원의 의존은 기술 격차보다 더 은밀하게 진행되며 중국의 장기적인 과학기술 자립 발전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국내 대중 소통, 교육, 정책 홍보 등 일반적인 영역에서는 토큰 대신 츠위안(詞元), 에이전트 대신 즈넝티(智能體)와 같은 표준 중국어 번역어를 적극적으로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첨단 과학기술이 진정으로 대중에게 전달되고, 과학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다는 것. 인민일보는 "(다만)국제 학술 교류와 국가 간 협력에서는 영어 원어를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소통에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같은 인민일보의 논평과 여론 형성은 중국이 지난 3월 토큰의 공식 중국어 번역어로 '츠위안'을 지정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평가했다. 토큰을 단순한 기술 용어가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개념으로 보고 중국식 표현 정립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스탠퍼드대 중국 기술정책 연구자인 그레이엄 웹스터는 "츠위안이라는 번역은 토큰 개념을 전달하는 데 적합할 수 있지만 이를 국가 권력과 문화 주권의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상징적 행위에 가깝다"고 했다.

SCMP는 중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Wi-Fi, SIM 카드, APP 등은 이미 중국인의 일상 언어가 됐으며 억지로 중국어 번역어를 쓰면 오히려 어색하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웹스터 연구원은 "AI 분야에서 중국의 실제 영향력은 중국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널리 채택되는지, 국제 기술 공동체가 그 개발 방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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