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 신청' 외국인 B1·B2비자 취소 추진…"최대 20만명 예상"

정혜인 기자
2026.08.25 11:27

미 역사상 단일 비자 취소로 최대 규모…즉각 추방은 안해
국무부 "美 이민시스템, '허위 망명'에 몸살"

/로이터=뉴스1

미국 행정부가 자국에 입국해 망명을 신청했거나 신청을 준비 중인 외국인의 비자를 일괄 취소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단속 정책에 따른 조치로 비자 취소 대상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국토안보부(DHS)와 협력해 단기 방문객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에 입국한 뒤 영구 체류를 위해 망명을 신청한 외국인들을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의 '비이민 비자' 취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비자 취소 대상자) 선별 과정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취소 건수는 유동적"이라며 "비자 취소는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번 비자 취소 대상자 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AP는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조치로 최대 20만명 외국인의 미국 상용(B1) 및 관광(B2) 비자가 취소될 수 있다"며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비자 일괄 취소 사례가 될 것이며 법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B1 비자는 보통 출장 목적으로, B2는 관광 및 가족 방문, 치료 등의 목적으로 발급된다. 미 정부는 해당 비자는 단순히 미국 '방문자'를 위해 발급된 것으로 '비이민 비자'로 분류한다. 현재 B1 또는 B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미국 입국 후 망명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인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증명해야 한다.

AP에 따르면 국무부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발급된 B1·B2 비자 소지자 중 망명 신청을 했거나 현재 망명 신청을 준비 중인 외국인의 비자를 취소할 예정이다. 단 비자 취소가 즉각적인 강제 추방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AP는 "망명 심사가 진행 중인 (비자 취소) 대상자 대부분은 체류 가격이 다른 형태로 재분류되지만, 상용 및 관광 목적의 관광객 지위는 잃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 /로이터=뉴스1

트럼프 '비자 통제' B1·B2로 확대…"허위 망명 차단"

이번 조치는 이민 단속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신청자 통제 범위가 B1·B2까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는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에서 17만5000건 이상의 외국인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SNS(소셜미디어) X에 미국의 이민 시스템이 "오랫동안 근거 없는 망명 신청으로 몸살을 앓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망명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 소속, 정치적 견해로 박해받는 사람에게 제한적 안전지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민법을 회피하기 위한 허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5년 B2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체류 기간 만료 직전 망명 신청으로 체류 기간을 10년 연장한 콜롬비아인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추방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에도 전문직 종사자용 H-1B 비자 신청자에게 10만3265달러(약 1억4300만원)의 수수료를 내도록 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지난 6월 H-1B 비자 수수료 인상 포고령이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적 세금에 해당한다며 위법 판결을 한 바 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해 연간 8만5000건이 제한적으로 발급된다. 2024회계연도 기준 H-1B 비자 출신 미국 기업 취업자의 출신국은 인도가 71%, 중국이 11.7%로 집계된다. 한국은 1%로 5위였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불법 이민 차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2기 행정부 출범 후 그는 특정 취업 비자 신청자에게 고액의 수수료를 새롭게 부과하는 등 합법적인 이민 절차마저 한층 까다롭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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