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향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AI에 의한 인간 일자리 축소 등이 쟁점이다. 이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업황 변화는 반도체 종목 등 증시까지 영향을 준다.
24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정치권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11월 중간선거 변수가 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전국상원위원회(NRSC)는 데이터센터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오하이오는 오픈AI가 10기가와트 규모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인 곳이다. 10기가와트면 미국 가정 800만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이곳은 냉각을 위한 수자원 사용량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탓에 데이터센터 소재 지역 전기 요금이 대폭 상승하고, 대규모 공사로 인해 소음, 오염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NRSC는 공화당 후보인 존 허스테드 상원의원이 데이터센터 문제로 패배할 경우 AI 업계 전체를 향해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유권자 인식이 신속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이 오하이오 밖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데이터센터를 옹호한다. 그는 23일 과거 자신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던 마이클 코언과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유치를 거부하는 지역사회들을 향해 "실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지역 분위기는 다르다. 오하이오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셰로드 브라운은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던 허스테드 의원, 그의 후임자인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를 겨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드와인 주지사는 최근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을 중단했다. 허스테드 의원은 AI 전력 인프라 구축 비용이 일반 전력 소비자들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법안을 제출했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텍사스 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역 매체 텍사스 트리뷴에 따르면 현재 텍사스 주에는 데이터센터 335개가 가동 중이며 최소 248개가 추가 건설될 예정이다. 오픈AI가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았던 데이터센터도 텍사스 애빌린에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4선에 도전하는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AI 중심지는 텍사스"라며 세제 혜택 등을 앞세워 데이터센터를 적극 유치했다. 그러나 이달 신규 데이터 센터 착공을 중지시키고 데이터센터 기업들에게 전기 요금 인하에 기여할 것, 주거 환경을 파괴하지 말 것 등을 의무화하라는 지시를 지난 18일 발표했다.
같은날 민주당 대선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데이터센터에 환경 보호와 지역 사회 기여 의무를 지우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폴리티코, 액시오스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정치 갈등 때문에 AI 기업 최고경영진이 혼란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데이터센터 부족은 AI 연산 능력 부족,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데이터센터를 제때 충분히 못 지으면 경쟁력에 타격을 입는다.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AI가 사람 노동력을 대체할지, 이에 따라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확대될지에 대한 우려도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발을 키운다. 한 AI 기업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역사상 유례없는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더 많은 부를 벌어들이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그런 현실에 진절머리가 난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폴리티코는 "월가는 빅테크들을 걱정하지는 않는 분위기"라면서도 데이터센터 반발 여론에 대해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견인했던 실리콘밸리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간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 나스닥은 전일 종가 대비 0.76% 하락한 2만5980.19에 마감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높아진 투자 경계심리와 미국 국가부채, 경기침체 우려 등이 하락 요인으로 꼽히지만 데이터센터를 향한 여론 악화도 반도체주 하락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