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정부가 학교·주택·농장 근처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을 추진한다. 환경오염, 소음, 전기요금 상승 등 데이터센터로 인한 피해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규제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는 이번주 주정부 지도자들과 만나는 회담에서 데이터센터에 관한 규제 등을 담은 '국가 인공지능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학교·주택·농장 인근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해 수자원, 에너지, 인공지능(AI) 학습 저작권 등에 관한 포괄적인 규제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앨버니즈 총리는 AI 관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되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AFP는 전했다. AI 산업이 안전하고 저작권을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이처럼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야당연합과 일부 주정부는 반대한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을 위해 재생에너지 구매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논란이다. 야당연합의 댄 테한 예비 에너지 장관은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와 연계하면 데이터센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퀸즈랜드 주정부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원을 특정 발전 기술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크리스 보웬 연방정부 에너지장관은 "우리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서도 "에너지 요금 인상과 서비스 안정성 저하를 초래하는 결과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데이터센터가 재생에너지 기반 자체 전력 공급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 주민 반발과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ABC 뉴스는 국가 인공지능법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기준을 정립해 "투자자들이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 여야는 그럼에도 인공지능의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지난 3년간 발표된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만으로도 호주 경제에 100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지난주 주요 정당은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관련 정책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전담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호주도 '데이터센터 붐'이 불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717억달러(약 99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26건이 검토 중이다. 최근 퀸즈랜드주에는 싱가포르 개발업체 제라DC가 319억달러짜리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안했다고 호주 공영방송 ABC 뉴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도 만만찮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블루마운틴 지역의 학교 근처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던 계획은 지난 6월 주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