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나가는 모습을 경비원이 우연히 보는 것과, 누군가 당신의 이동 기록을 일일이 추적하는 것의 차이다"
미국에서 AI 감시 카메라 '플록'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대중에 대한 동의 없는 감시가 이뤄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경찰관들의 오남용 사례가 밝혀지자 논란이 거세졌다. 미국 대도시와 시골,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반대 여론이 한목소리로 높아진다.
27일 미국의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전역에서 '플록 세이프티'의 AI 차량 번호판 판독기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뉴욕주 트로이시에서는 플록 카메라를 전기톱으로 잘라 넘어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페인트를 뿌리거나 트럭으로 들이받는 등의 방법으로 카메라를 훼손하는 일이 캘리포니아주와 아이다호주 등에서 잇따랐다.
항의 시위도 미국 전역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25일(현지시간) 플록 본사가 위치한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시청 앞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플록을 막아라" "감시를 멈춰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고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CNN은 "반대자들이 공무원부터 자경단원까지 다양하다"며 "대도시와 시골 지역을 막론하고 폭럽게 활동한다"라고 보도했다.
논란의 대상은 미국의 감시기술 기업 플록 세이프티의 자동차 번호판 자동인식(ALPR) 카메라다. ALPR은 포착한 모든 차량의 번호판을 자동으로 스캔한다. 경찰과 법 집행기관 등은 플록이 수집한 차량 번호판 정보 및 기타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미국 전역에 깔린 플록 카메라는 서로 연결돼 한 주(州)에서 추적 중인 차량이 다른 주에서 포착될 경우 공유된다.
플록은 미국 전역에 ALPR를 비롯해 카메라 12만대를 운영하며 매달 수백억 건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으로 번호판을 인식해 경로를 기록하는 카메라가 촘촘한 감시망을 이루는 셈이다.
시민들은 용의자뿐만 아니라 모든 차량을 대규모로 추적한다는 점을 우려한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이동의 자유를 동시에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레딧의 한 유저는 "당신이 지나가는 모습을 우연히 보는 것과 누군가 당신의 모든 이동 기록을 일일이 남겨 보관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며 일반 감시카메라와 달리 자동으로 경로를 추적하는 플록 카메라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미 경찰이 플록 시스템을 이용해 전 애인이나 동료를 미행한 사실 등의 오남용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이에 반발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해 번졌다. CNN은 "진보 진영에서는 개인의 권리로, 보수 진영에서는 헌법적 권리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며 양측이 공감대를 이룬다고 전했다.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미시간주 상원의원 후보는 엑스(X·옛 트위터)에 "플록 카메라가 당신도 모르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정보를 수집한다"고 지적했다. 조쉬 홀리 공화당 미주리주 상원의원은 플록 카메라가 수집·보관·배포한 데이터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26일(현지시간)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강한 비판 여론으로 각 지방 정부에서 플록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미시간주 랜싱 시의회는 24일 플록과의 계약 종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 오리건주 유진, 위스콘신주 메디슨 등 여러 시 정부도 카메라를 비활성화하거나 플록과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플록을 활용하는 공공기관은 플록이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의 에드 곤잘레스 사무관은 "차량 번호판 인식기가 납치 시도를 저지하고 수많은 도난 차량을 회수하도록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공공 안전 도구가 그렇듯, 이 기술 또한 남용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