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진행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첫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내려오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로 요약된다. 시장이 기대했던 명확한 금리 경로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연초 시장에 팽배했던 금리인하론은 사실상 폐기됐다.
워시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고용시장이 크게 약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가 2% 목표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둔화하지 않는다면 연준이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현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12개월 기준 3.7%, 6개월 기준 연율 4.1%로 물가 압력이 여전히 높은 데다 PCE를 구성하는 품목 가운데 지난 12개월간 가격이 3% 이상 오른 비중이 54%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20년 평균인 32%를 크게 웃돈다는 점을 짚었다. 최근 일부 물가지표 개선을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둔화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워시 의장은 고용과 실물경제에는 비교적 자신감을 보였다. 실업률이 4.1% 수준에서 안정적이고 소비와 기업투자도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또 설비 투자 확대와 우호적인 자금조달 여건을 들어 현재 금융여건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고도 진단했다.
워시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연준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고용에서 물가로 옮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용이 급격히 악화하지 않는다면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높게 가져갈 수 있는 정책적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워시 의장이 "물가상승률이 충분히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한 대목 역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워시 의장은 다만 9월 금리인상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오히려 특정 금리 결정이나 일정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연준의 선제적 정책지침이 그동안 시장의 기대를 고착시키면서 2021년 당시엔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대응을 늦추는 부작용까지 낳았다는 판단이다.
워시 의장의 연설 직후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전날 35.4%에서 59.7%로 급등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도 연 4.23%에서 4.32% 수준으로 급등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의 발언을 '9월 금리인상 확정'으로 보기보다는 연말까지 한 차례 이상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연준이 9월에 바로 움직이기보다는 물가·고용 지표를 추가로 확인한 뒤 11월 이후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시장 한 인사는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변화는 워시 의장이 제시한 '더 조용한 연준'"이라며 "워시 의장의 예고대로 연준이 금리 경로를 미리 확인해주는 대신 물가와 고용, 금융여건의 실제 변화를 보고 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은 커지겠지만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력은 훨씬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