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를 뒤집었던 2023년 세 자녀 살인 사건의 피고인 린지 클랜시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묻는 재판이 판결을 내리지 못한 채 종결됐다. 배심원단 중 한명이 유죄 판결을 고수하면서 만장일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법원은 이날 린지 클랜시(36)의 1급 살인 재판에 대해 심리 무효(mistrial)를 선언했다.
이 사건은 매사추세츠주에서 전직 산부인과 간호사인 클랜시가 2023년 세 자녀를 살해한 사건이다. 그는 2023년 1월 24일 남편이 포장 음식을 사고 약국에 다녀오는 사이 자녀 코라(5), 도슨(3), 캘런(8개월)을 자택 지하실에서 운동용 밴드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자녀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낸 후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으며, 현재까지 허리 아래가 마비된 상태다.
클랜시 측은 혐의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산후정신병으로 현실 감각을 잃은 상태에서 벌인 일이라며 형사책임 능력 결여를 이유로 무죄를 주장한다. 해당 사건은 클랜시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지 3주도 채 되지 않아 벌어졌다.
반면 검찰 측은 클랜시가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클랜시가 삶을 비관한 나머지 살해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의식적으로 살해를 결심했다고 본다.
클랜시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판단돼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살인이나 그보다 가벼운 과실치사 혐의로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배심원단 12명은 클랜시가 건강 문제를 겪던 중 세 자녀를 살해한 사실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무죄 평결에 대해선 11(무죄) 대 1(유죄)로 의견이 갈린 끝에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배심원단이 만장일치 평결을 내리지 못할 경우, 재판장은 명확한 결론 없이 재판을 종료할 수 있다. 클랜시 측은 해당 배심원이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며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9월 29일을 심리 기일로 정했다. 해당 심리에서 검찰은 재심을 청구하거나 유죄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재판 취하도 가능하지만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 피고인 측은 무죄 선고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5주간 클랜시의 전남편 등 검찰 측 증인 70여 명과 피고인 측 증인 10명에 대한 심문이 이뤄졌다.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각 부른 의료 전문가들은 범행 당시 클랜시의 정신 상태를 두고 엇갈린 견해를 내놨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출산 후 산모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산후정신병(postpartum psychosis)은 지남력 장애(혼란), 망상, 환각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미국에서 출산 후 여성 1000명 중 1~2명 꼴로 발생한다. 클랜시의 변호인 케빈 레딩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비슷한 질환을 겪는 여성들이 의료 시스템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 사건에 대해 "텔레비전에 너무 많이 나와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며 "끔찍한 상황이다. 그는 정말, 정말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