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다 미국 땅?…트럼프 도발에 "주권이 장난이냐" 발끈

김완렬 기자
2026.09.09 14:12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이슬란드·그린란드를 포함해 캐나다·멕시코 등 북중미 전체를 성조기로 덮은 지도 이미지를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뉴멕시코주를 '뉴아메리카주'로 표기한 이미지도 연달아 올리며 국경과 지명을 뒤흔드는 이른바 이미지 정치를 이어갔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주아이슬란드 미국 대사를 초치했다.

7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에 따르면 쇠르예르뒤르 카트린 군나르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외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SNS 게시물과 관련해 빌리 롱 주아이슬란드 미국 대사를 초치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북대서양 연안 국가들을 성조기로 뒤덮고 '미합중국'으로 표기한 사진을 게시했다. 아이슬란드·그린란드·캐나다·멕시코·카리브 연안 국가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글은 덧붙이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외무부는 미국 측에 "해당 게시물은 완전히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고 밝혔다. 군나르스도티르 외무장관은 "대사를 불러 면담하고, 이것이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아주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다른 누구도 우리의 독립이나 주권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이 "아이슬란드인과 캐나다인, 그린란드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국가의 주권을 농담거리로 삼는 것은 우습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다"며 이번 사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르스 뢰케 덴마크 외무장관은 "이는 미국이 여전히 과대망상을 품고 있다는 신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페로 제도가 트럼프의 지도에 포함됐다면 역시 성조기로 뒤덮였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페로 제도는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에 있는 덴마크 자치령이다.

(베를린 AFP=뉴스1) 김경민 기자 = 아이슬란드 국기(왼쪽)와 유럽기. 2018.3.19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를린 AFP=뉴스1) 김경민 기자

다수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게시물을 왜 올렸는지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이날 유럽연합(EU)이 그린란드에 2년간 2억유로(약 3114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짚었다. EU와 그린란드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이 자금은 연결성, 청정에너지, 핵심 원자재 등에 쓰일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그린란드를 "전략적 동맹이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아이슬란드가 EU 가입 협상 재개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직후라는 점도 지적된다. 인접한 국가들이 지정학적 위기를 겪으면서 아이슬란드는 동맹 강화를 위해 EU 가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어업계 반대 등의 영향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아이슬란드 국민의 약 53%가 EU 가입 협상 재개에 반대했으며 찬성은 47%였다.

국경·지명 마음대로? "지속적 후폭풍 초래"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남서부의 뉴멕시코주를 '뉴아메리카주'로 바꾼 지도 사진도 잇따라 올렸다. 7장에 달하지만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11일 만이다. 그는 지난해 2기 행정부 출범 첫날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캐나다를 미국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지난 5월 베네수엘라를 51번째 주로 표기하고 베네수엘라 영토에 성조기를 칠한 이미지를 게시했다. 지난 3일 호르무즈 해협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데릭 앨더먼 테네시대학교 교수는 "대통령은 지명을 통제해 자신의 세계관에 맞춘 미국의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지도를 다시 그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디언에 "단순한 주의 분산이나 정치적 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인 문화적, 정치적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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