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합의 1년인데…"미국, 한국이 일본보다 느리다며 불만"

정혜인 기자
2026.09.10 17:19

FT "한국선 우려 제기"-WSJ "韓 정부, AI 인프라 등 1000억달러 규모 투자 곧 발표"

(앙카라(튀르키예)=뉴스1) 이재명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공식 환영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앙카라(튀르키예)=뉴스1) 이재명 기자

한국이 지난해 미국과 합의한 3500억달러(약 46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여부가 주요 외신도 주목하는 이슈로 떠올랐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트럼프와 3500억달러 합의 이행할까' 제하의 기사에서 "대미 투자 합의가 이뤄진 지 약 1년이 지나면서 미국에서는 불만이, 한국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텍사스 가스발전 프로젝트, 원자력발전소 사업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거론되지만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투자 대상이나 첫 송금 시점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 문제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한미 관계 전반의 균열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FT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한국의 이란 전쟁 지원 불참을 공개 비난한 것은 대미 투자 지연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 미국 소식통은 FT에 "한국은 (대미 투자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월1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행사에 참석하고 있다./AP=뉴시스

일부 전문가는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 속도 차이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컨설팅업체 디아시아그룹(TAG)의 제니퍼 리는 FT에 "일본의 잇따른 투자 발표에 비해 한국의 (대미 투자) 진행 상황이 더딘 것으로 평가되면서 미 정부 내에서 상당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앞서 연간 투자 한도가 없는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후 미 오하이오주 가스발전소(330억달러), 테네시·앨라배마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프로젝트(400억달러) 추진 등 투자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사업성 vs 거래 이행, 셈법 차이도 주목

한국의 투자 집행이 늦어지는 배경에는 양국의 셈법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한국은 투자 집행 관련 '상업적 타당성'을 중시하지만, 미국은 투자 합의를 '거래'로 보고 빠른 집행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FT에 "한국 기업들은 사업성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결정을 원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한국 정부가 대미 투자 방안으로 미국의 인공지능(AI) 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을 위한 대규모 에너지 투자 프로젝트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투자 규모가 1000억달러 이상일 것이라면서도 세부 내용은 물론 발표 시점도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한미 무역(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총투자액 중 2000억달러는 전략산업에, 1500억달러는 조선업에 투자하되 연간 투자액은 200억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가 체결된 지 약 1년이 지난 현재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 관련 자금을 집행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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