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걸프 지역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의 외무장관이 14일 오만 해안 도시 살랄라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오만의 주선으로 성사된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걸프 6개국과 이란 고위급 인사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소식통은 "회담의 세부 사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여러 국가가 이미 참석을 확정한 만큼 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GCC 회원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이다.
오만과 이란은 이번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공동 관리 협정'에 대한 걸프국의 지지를 확보해 미국의 압박 카드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이란과 오만 입장에서는 GCC를 (호르무즈 해협 협상에) 동참시키고, 이를 통해 미국에 '대(對)이란 해상 봉쇄 해제'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GCC는 어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일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과 오만은 앞서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하는 선박은 이란 영해로, 해협은 빠져나가는 선박은 오만 영해를 지나는 항로를 이용하는 해협 공동 관리 협정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원유 수출 허용, 동결 자산 접근 등 미국의 양보가 있어야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재개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기대하긴 힘들다.
FT "이번 회담은 지역 안보와 경제 안정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미국과 이란 간 적대행위를 완화해야 한다는 중동 국가들의 절실함을 보여준다"며 "사우디 등이 미국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피해를 보았음에도 이란과의 외교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이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란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카타르, 오만 등 중재국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재개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친이란 저항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이자 호르무즈 해협 대체항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를 위한 공세 강도를 높여 중동 긴장이 한층 고조돼 종전 협상 재개 기대는 후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