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스웨덴 전총리 탄 열차, 러 드론에 맞을 뻔…"확전 신호" 경고

백소희 기자
2026.09.14 17:33
우크라이나 루츠크의 한 기차역에서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는 열차 칸에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과 미국 고위 정치·안보 인사가 러시아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될 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칼 빌트 스웨덴 전 총리를 태운 열차가 간발의 차로 러시아 드론 공격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철도청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존슨 전 총리, 빌트 전 총리를 비롯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각국 안보 고문들을 태운 열차가 러시아의 드론 공격 직전 국경 검문소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유럽·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의 연례 회의 참석 후 폴란드 바르샤바행 열차를 타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이번 드론 공습은 해당 열차가 국경 검문소 인근을 통과한 지 불과 15분 후에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450대 이상의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이 밤새 날아들어 최소 6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에도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양국 국경 검문소인 도로후스크-야호딘에서 1km도 채 안 되는 지점에서 다른 열차가 타격을 입었다. 공습에 앞서 승객들에게 대피 지시가 내려져 사상자는 없었다. 우크라이나 영공이 폐쇄된 상황에서 폴란드행 열차는 우크라이나에서 피난민들이 탈출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로 꼽힌다.

존슨 전 총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푸틴이 오늘 아침 폴란드 국경에서 정차해 있던 우크라이나 기관차를 폭파시킨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이것이 우크라이나인들이 매일같이 겪는 무작위적이고 무의미한 공격의 한 예라는 것"라고 밝혔다.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은 성명을 내고 "이것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공포에 몰아넣고, 우크라이나 방문을 고려하는 사람들을 위협하려는 러시아의 확전 캠페인의 일부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습이 유럽 지도층까지 겨냥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면서 유럽에서는 확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공습 이후 바르샤바에서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러시아가 향후 몇 주 안에 전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고의적으로 열차를 공격했다"며 "우크라이나의 남녀들이 매일 싸우고 목숨을 바쳐 침략의 확산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공격이 유럽으로 더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실상 유럽과 전쟁 중이라고 간주하고 있다"며 "푸틴의 테러는 말 그대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문턱까지 다가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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