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거의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기업과 은행들이 장기채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전체 우량 채권 발행액 중 장기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해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만기 3~10년물 중·단기 채권의 발행 비중은 1년 전 51%에서 60%로 늘어났다.
블룸버그는 기업과 은행들이 장기채 발행 계획을 잇따라 접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알파벳과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은 그동안 장기채를 적극 활용했는데, 금리가 이들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닐 선 RBC글로벌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기업 재무담당자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입장에서는 장기 자금 조달을 추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과 AI 투자에 따른 자본지출이 금리를 더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고 있어 단기간 내 상황이 반전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업 장기채 발행액 대비 투자 수요는 늘었다. 글로벌 보험중개·컨설팅업체 에이온이 발행한 20억달러(약 2조7620억원) 규모의 30년물 채권에는 140억달러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 발행액의 7배가 넘는 수준이다.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 GSK의 30년물 채권에도 5억달러 발행액의 15배에 달하는 주문이 접수됐다. 미국 우량 회사채 시장에서 장기물이 갈수록 귀해진 영향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인상하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3.75~4.00%로 올렸다. 이날 함께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위원 18명 중 16명이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 국채금리는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강세를 이어갔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오후 5시 정규장 마감 무렵 0.031%포인트 상승한 5.027%까지 오르면서 다시 5%선에 재진입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5.36%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30년물은 올해 초 4.8%대에서 약 0.5%포인트 오른 상태이며 이는 역사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