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헤이즐. 지난 6월부터 모든 가구에 1만달러(약 136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편지가 발송되기 시작했다. 그 돈을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어떤 용도로든 사용해도 좋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 조건이 붙었다. 현재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
미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현금 보상' 카드까지 꺼냈지만, 집값 하락 등의 피해 우려와 지역 정부 및 정치인에 대한 불신 등으로 반대 여론은 여전히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헤이즐에 뿌려진 편지의 발신인은 인근의 포코노산맥 기슭 1300에이커(약 1600만평) 부지에 15개 동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인 개발업체 노스포인트디벨롭먼트(이하 노스포인트)다.
노스포인트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중 첫 번째 데이터센터 건설에 동의하면 헤이즐 내 4500가구에 1만달러씩 총 4500만달러의 현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WSJ에 따르면 헤이즐 주민들의 가구당 소득 중간값은 약 6만달러로, 노스포인트가 약속한 1만달러는 방 2개짜리 아파트의 6개월 치 월세나 수개월 치 식료품비 및 연료비를 충당할 정도로 상당한 금액이다.
노스포인트의 브렌트 마일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WSJ에 "현금 제공 방안은 지난해 열린 주민 공청회에서 언급된 지원금 지급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데이터센터가 나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가'라는 주민들의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으로, 꽤 파격적이고 선도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WSJ은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 최근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자 소방서, 학교용 기금을 포함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지원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현금 지급 사례는 드물다"며 "노스포인트의 '현금 제공' 제안은 AI 인프라 확장 국면의 새로운 단계"라고 분석했다.
이런 파격적인 제안에도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WSJ이 인터뷰한 주민 대부분은 현금 1만달러 제공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소음, 부동산 가치 하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한 주민은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공사가 시작되면 관련 소음이 수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다른 주민은 "데이터센터가 내 집 값을 얼마나 폭락시킬지 생각하면 1만달러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분노했다.
일부 주민들은 지방 정부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이들은 소도시 정치인들이 대형 개발업체의 유혹에 너무 쉽게 넘어가거나 압도당한다며 지방 정부와 개발업체들이 프로젝트 관련 중요 정보를 대중들에게 숨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지적에 조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지방 정부와 데이터센터 기업 간 비밀유지협약 체결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주민 설득에 나섰다.
노스포인트의 현금 제공 제안이 반대 여론을 키우는 역효과를 낼 거란 주장도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운동을 돕고 있는 에드 네그라는 "주민 대부분이 '저 사람들이 우리를 매수하려는 건가'라고 생각한다"며 "노스포인트의 현금 제공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헤이즐 타운십 지자체도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추진을 막고 있다. 헤이즐 타운십은 지난해 11월 용도지역 규정을 문제 삼아 노스포인트의 데이터센터 설립 프로젝트 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노스포인트는 헤이즐 타운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현재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