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테슬라 경영권 강화가 가장 강력한 동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스페이스X 지분 약 42%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당 10표를 가진 클래스B 슈퍼의결권 주식을 통해 사실상 의결권의 약 82.4%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 의결권은 20%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시가총액 차이 탓에 합병된 회사에서는 스페이스X의 의결권 구조가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스페이스X 시가총액은 약 2조달러, 테슬라는 약 1조 5000억달러다. 합병시 테슬라 주주들에게 현재 주가에 33% 프리미엄을 제시하더라도 머스크 CEO는 합병 회사의 의결권 약 74%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페이스X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테슬라가 낮아질수록 합병 회사에서 머스크 CEO의 지배력이 커지게 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테슬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83.2배, 주가매출비율(PSR)은 14.8배다. 이는 각각 업계 평균인 16배, 0.9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를 경영하기에 지분이 부족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해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이 560억달러 보상안을 무효화하자 머스크 CEO는 "일부 주주들이 자신을 축출하려 한다"며 "25% 지분 없이 테슬라의 장기적 미래 비전을 밀고 나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테슬라 이사회 설득해야
합병안이 두 회사 이사회에 상정된다면 머스크 CEO가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는 스페이스X 의사회는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 CEO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은 1주당 1표를 갖는 클래스A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의결권 행사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관건은 테슬라 이사회다. 테슬라는 최근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성장 둔화를 겪고 현금이 소진되고 있다. 3분기 실적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7억달러로 85% 증가했지만 자유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1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영업비용은 29억달러에서 43억달러로 늘어났다. 이에 스페이스X의 자금력과 시너지 효과를 합병 근거로 제시해 테슬라 주주를 설득할 수 있다.
테슬라 주주들의 반응은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기존 테슬라 주주들의 실질적인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 테슬라 주식은 합병 비율에 따라 스페이스X 주식으로 전환되므로 일반 테슬라 주주들이 합병 회사에서 갖게 될 지분이 줄어든다.
반면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앤 립턴 콜로라도대 법학 교수는 "두 회사에 분산된 머스크 CEO의 경영이 한 회사로 집중되기 때문에 테슬라 주주들은 합병을 선호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물론 경영권은 잃게 되겠지만 머스크 소유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그 부분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한다. 미 경제방송 CNBC는 "합병 과정에서 사실상 머스크 CEO가 자기 자신과 협상하는 셈"이라며 "스페이스X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한 채 합병 회사까지 장악할 수 있도록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리암 데닝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현금을 쏟아붓는 기업이 또 다른 현금 소진 기업을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하고, 게다가 두 기업 모두 동일한 경영자가 이끌고 있다면 매도세와 주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