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상원의원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중간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의 압둘 엘사예드가 개표 85% 기준 52%를 득표,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46%)를 꺾고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공중보건 전문가에서 진보 정치인으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엘사예드는 처음부터 정치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미시간대를 졸업한 뒤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에서 공중보건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컬럼비아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 학위를 받고 공중 보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보건국장에 임명된 엘사예드는 시 정부의 파산 이후 디트로이트 보건국을 재건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를 계기로 엘사예드는 공공의료와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루며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2018년 주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2017년 보건국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민주당 경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진보적 정책을 내세워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전국민 건강보험(Medicare for All)과 의료비 부담 완화, 정치권에 대한 기업과 거액 후원자의 영향력 축소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이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그는 공공의료 전문가라는 이력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민주당 주류 후보 꺾고 본선 승리…막판 '결집효과'
미시간주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대도시와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농촌·보수 지역이 공존하는 경합주다. 선거 막판까지도 엘사예드와 로저스 간 지지율 격차는 매우 적어 오차범위 안에서 머물렀다.
WP가 9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시간 유권자 가운데 약 60%가 트럼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48%가 생활비를 가장 중요한 선거 쟁점으로 꼽았다. WP는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을 겨냥한 엘사예드의 공약과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1일에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헤일리 스티븐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엘사예드의 상대 로저스를 향한 공개 지지를 표명하며 민주당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스티븐스는 지난 8월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1%포인트 차이로 엘사예드에 패배한 터다.
그러나 스티븐스의 행보는 엘사예드 지지자들의 막판 결집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ABC뉴스에 따르면 엘사예드 캠프는 스티븐스가 로저스 지지를 선언한 직후 몇 시간 동안 240만달러를 모금했다. 이는 캠프 역사상 하루 기준 최대 모금액이었다.
무슬림형제단 연계 의혹…트럼프도 '지하디스트' 공세
공화당은 엘사예드와 이슬람주의 정치운동인 무슬림형제단의 연계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엘사예드가 2012년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당시 이집트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이집트계 미국인 공동성명에 서명했고, 미시간대 재학 시절 교내 무슬림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을 지냈다는 점이 공격 소재가 됐다. 이복누이가 소셜미디어에 어머니의 과거 무슬림형제단 활동을 언급한 게시물도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막판까지 엘사예드를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라고 비난하며 무슬림형제단과의 연계를 주장했다. 그러나 엘사예드는 무슬림형제단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거듭 부인하며 해당 단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WP는 지난달 23일 엘사예드가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돼 있다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4일 엘사예드는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승리 연설에서 "그들(공화당)은 외모가 조금 다르거나 기도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까지 포용할 만큼 미국이 크다는 생각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엘사예드는 2선 임기를 마치고 은퇴하는 민주당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의 뒤를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