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클래식 공연, 비싼 티켓 값 때문?…"2시간에 20만원은 못내"

오진영 기자
2026.09.06 09:00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관객들에게 오르는 제작비를 신경써 달라고 할 수는 없죠. 티켓값이 비싸게 느껴지는 건 이해합니다."(20년차 피아니스트 A씨)

국내 공연예술 관람 수요가 큰 폭으로 치솟는 중에도 클래식(서양 음악)의 부진이 도드라진다. 공연예술계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티켓 가격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클래식 분야의 누적 티켓예매액은 557억여원이다. 대중음악(6823억여원)은 물론 뮤지컬(2963억여원), 연극(835억여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2024년(673억여원)과 2025년(583억여원)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클래식 공연 자체는 다른 분야에 비해 많지만 비어 있는 자리가 많다 보니 전체 예매액은 적다. 8개월간 클래식 공연 건수는 5999건으로 모든 분야 중 1위다. 대중음악(3502건) 외에도 뮤지컬(2804건), 연극(2647건)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어려운 내용이나 부족한 레퍼토리 등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공연예술계가 첫 손에 꼽는 요인은 티켓 가격이다. 티켓 가격이 비싸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다. 보통 공연은 2시간 정도 이어진다. 가격을 보면 독주회는 5~6만원이 넘고 오케스트라나 무용수와의 협연은 10만원대 공연도 수두룩하다. 영화 티켓(1만~2만원)의 5배가 넘는 가격으로, 앞자리나 VIP 티켓은 10배인 20만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그래픽 = 임종철 디자인기자

가격대가 비슷한 대중음악이나 뮤지컬은 '코어 관객'(충성 소비자)이 있어 비싼 티켓도 판매가 용이하다. 초연의 인기가 낮더라도 입소문을 타며 재연, 삼연이 매진되는 경우도 많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공연 때마다 달라지는 출연진을 모두 보기 위해 티켓 가격에 관계없이 여러 차례 예매하는 '회전문 관객'(N회차 관람객)들이 늘고 있다"며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관객층이 부족한 클래식의 인기 상승을 위해서는 티켓 가격을 조정해 문턱을 낮춰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입문자들을 코어 관객으로 끌어들이려면 잠재 소비층에게 적극 어필할 수 있는 유인이 필요하다.

비싼 돈을 내는 공연장을 찾지 않더라도 클래식을 즐기려는 수요 자체는 낮지 않다. 무료나 티켓 가격이 낮은 공연은 매진되거나 '오픈런'까지 벌이는 경우도 있다. 롯데문화재단이 지난달 야외에서 무료로 연 '서머 클래식 콘서트'에는 5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몰렸으며 송파구가 지난 3월 연 무료 클래식 공연도 오픈 1분 30초 만에 매진됐다.

국·공립 예술단을 거친 20년차 피아니스트 A씨는 "제작 비용은 오르는데다 유통·홍보 부담도 커지고 있으나 관람객들이 이를 이해해 주지는 않는다"라며 "티켓 가격을 낮추거나 대중적인 콘텐츠를 늘리면 장기적으로 코어 관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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